공급물량 과잉…빠르면 올 하반기 ‘변곡점’
공급물량 과잉…빠르면 올 하반기 ‘변곡점’
  • 윤정
  • 승인 2021.04.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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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동산시장 현주소 上) 조정 국면 오나
호황세 지속된 건 멸실 때문
올해만 3만 가구 분양 예정
올 청약 경쟁률 대체로 저조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둔화
“호황 지속” vs “침체 전망”
전문가들 진단은 엇갈려
최근 3년간 7만7천832가구를 분양한 대구지역은 올해에도 3만여 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어 공급 과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 물량 증가에 따른 미분양이 생기면서 냉각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과도하게 급등했던 대구지역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적잖은 조정 국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 분양시장이 급속하게 식은 데에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대표되는 ‘공급 과잉’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또 과도한 분양가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공급 폭탄’···최근 3년간 7만7천832가구 공급···올해 3만여 가구 예정

‘공급 폭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최근 대구지역에 아파트 분양 물량이 넘쳐나고 있어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20일 부동산광고 전문업체인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대구지역에는 사상 최대인 7만7천832가구(2018년 2만902가구, 2019년 2만6천970가구, 2020년 2만9천960가구)가 공급됐다. 아파트 대안 상품으로 84㎡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8만 가구가 넘는다. 또 올해에도 3만여 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대구는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중심 분양으로 멸실주택이 급증하며 시장 호황세를 이어왔다.

2014년 3천850가구였던 멸실주택이 2015년부터 5천500가구를 넘기고 2019년에는 1만 가구를 넘기며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는 만큼 수요가 신규로 발생해 왔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여기에 공급 물량 과다가 맞물리면서 미분양 우려와 아파트값 하락 가능성 등 시장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구지역에는 올해 1만7천292가구, 2022년 2만929가구, 2023년 2만6천171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특히 올해 11월에 5천286가구 입주 예정으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수요공급 시장에 대한 변곡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분양·청약 경쟁률 하락은 분양시장 침체 신호탄?···높은 분양가도 한몫

‘공급과잉’은 미분양과 함께 청약 경쟁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일 청약을 마감한 대구시 동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는 759가구를 분양했지만 330가구(43.5%)가 미달 됐다.

16일 청약을 마무리한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 엘크루 에비뉴원’ 단지에서도 191가구를 분양한 가운데 특별공급 95가구 중 12가구만 청약을 신청했다.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도 평균 경쟁률이 1.64대 1로 저조했고 일부 주택형에서 미달이 나와 15가구가 2순위로 넘겨졌다.

또 이달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물동 ‘범물 일성 트루엘 레전드’의 평균 경쟁률은 8.2대 1로 한자릿수에 그쳤다. 그동안 수성구가 분양시장에서 수십대 일의 뜨거운 경쟁률을 보여왔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이밖에 올해 분양단지들도 작년과 비교해 대체로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지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019년 18.1대 1에서 2020년 21.6대 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4월까지 1순위 청약 경쟁률은 6.3대 1로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을 밑돌면서 청약 미달로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한편 분양시장에서의 진정 신호가 아파트 매매 시장 하락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지난해부터 0.50%대 이상의 고공 상승률이 올해 2월까지 지속됐지만 3월 들어 0.30%대로 내려오더니 4월 들어 첫 주 0.24%, 둘째 주 0.25%를 기록해 상승률이 확연하게 둔화되고 있다.

◇로또 분양이 사라졌다···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 이후 대구 분양가 급등세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분양가가 높아지며 이른바 ‘로또 분양’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청약 열기를 식힌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분양한 수성구 두산동 ‘호반써밋수성’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최고 7억8천400만원이었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수성구 지산동 ‘더샵 수성라크에르’의 같은 면적 분양가가 최고 5억6천67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비싸다.

올해 대구지역에 분양한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765만4천원으로, 작년 1천647만1천원에 비해 7.31% 올랐다. 수성구가 2천151만5천원으로 가장 높았고 달서구(1천842만2천원)·남구(1천682만1천원)·북구(1천549만9천원)·동구(1천539만2천원) 순으로 나타났다.

주택토지보증공사(HUG)가 지난 2월 22일부터 신규분양 아파트 분양가 책정기준 변경안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분양가 책정기준 변경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HUG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책정기준을 변경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 제외)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의 최대 85~90%까지 분양가를 책정했다. 그동안 기존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서 재개발·재건축에서 공급이 더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결국 대구에서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게 됐다.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한 지 한 달여 만에 대구에서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처음 나왔다.

지난달 수성구 만촌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만촌역’ 분양가가 3.3㎡당(84㎡ 기준) 2천450만원에 책정됐다. 전용 84㎡ 가운데 고층 일부 가구는 분양가가 8억9천926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했다.

2019년 5월 수성구 ‘범어W’의 역대 대구 최고 분양가(3.3㎡당 2천58만3천원)보다 19%나 올랐다.

제도 개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로또 아파트’는 사라지겠지만 ‘현금 부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전문가들은?···“당분간 호황 지속” vs “조정 국면 들어갈 것”

지역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공급과잉과 대규모 입주 물량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치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택업계와 분양 전문가들은 최소 내년 3월까지 분양시장 호황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부동산연구소 등 일반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미분양 사태와 함께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한 조종수 대표이사는 “현재 대구지역에 공급 물량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도심권에 물량이 집중돼 있고 또 새집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부동산광고 전문업체인 애드메이저 조두석 대표는 “미분양 물량이 시장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대규모로 쌓이지 않는 이상 분양시장 호황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다만 신규분양시장은 양호, 구축 아파트 시장은 침체 등 시장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송원배 대영레데코 대표 겸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상임이사는 “대구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다 보니 청약률은 다소 저조하지만 계약률은 아주 높다”라며 현재의 공급 물량이 대구 부동산시장에 무리한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여름 이후 지역 부동산시장은 공급과 입주 물량 과잉에 대한 우려와 각종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인해 조정 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동안 대구는 공급 물량이 과다했을 때 버틴 적이 없었다”라며 “부지 매입 등 이미 공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고 최악의 경우 땅값을 시행사가 지불했는데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못 하는 단지가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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