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발자국도 관리가 필요하다
디지털 발자국도 관리가 필요하다
  • 승인 2021.04.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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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SNS와 연결된다.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대상의 SNS 계정을 찾고 들여다보기는 쉽다. 실제로 그 사람의 SNS 계정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주로 어디를 가며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쉽게 알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일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가 올린 사진 한 장으로, 한 줄의 글로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어디를 갔고 무엇을 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 그 사람을 대표할 수도 있다. 이렇게 SNS는 한 사람의 일상이 담겨있는 기록의 장이 되었다.

이렇게 이용자가 여러 홈페이지에 로그인하거나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남긴 구매 패턴, 속성, 결제 방법, 구매 이력이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이메일, 홈페이지 등의 방문 기록, 검색어 기록 등을 통틀어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이라 한다. 많은 기업에서는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디지털 광고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소비자 맞춤형 광고다. 사용자의 웹서핑이나 검색 정보를 분석해 광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는 고객의 취향 맞춤 서비스이며 부정적으로는 개인정보의 과다사용이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모 유통업체가 고객의 소비 습관과 상품 구매패턴의 변화를 분석해 부모도 모르던 여고생 자녀의 임신 사실을 예측하고, 임부용 물품 할인쿠폰을 보낸 것은 디지털 발자국 추적의 대표적인 사례다. 빅데이터 활용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나 SNS에 올린 글과 사진, 인터넷 이용기록, 카드 사용 기록, 위치정보 등 디지털 발자국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돼 사생활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정보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취향과 사생활이 공개될 가능성도 커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미 우리의 SNS 계정에는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직업과 친구·가족관계, 생활반경, 음식 취향까지 알 수 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파일 자체에도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내가 사용한 스마트폰 기종과 촬영 시간, 위치정보는 물론 스마트폰 사용자 계정까지 저장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 즉 ‘공개’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SNS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SNS에 남기는 내 발자국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를 남기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나의 디지털 발자국에는 그 당시 나와 교류한 사람, 내 계정에서 제공한 다른 누군가의 정보 또한 발자국으로 남겨져 있어 누군가의 정보 분석에 나의 디지털 발자국이 기여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발자국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용을 통합 분석하면 특정인이 혼자 사는지 여부나 언제 집을 비우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지난해 세상이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우리는 매일같이 스마트폰 속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많은 디지털 정보, 즉 데이터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도 있지만, 우리의 활동을 제약하거나 감시할 위험도 높다. 데이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디지털 발자국에 대한 관리가 더 중요해진 이유다.

SNS 계정은 개인의 기록이다. 내가 지난 시간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했으며 누구를 만났는지 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에 대한 기록의 장이다. 일부 SNS에서 제공하는 3년 전, 10년 전 오늘에 대한 포스팅은 그런 개인의 추억을 소환하게 하는 감성 서비스다. 하지만 나의 지난 기록을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함께 보고 있음을 기억하자. 또 의도하지 않게 다른 누군가의 기록 또한 내가 공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가 남긴 발자국이 나와 누군가를 위협하지 않도록 오늘부터라도 조금 더 많은 고민과 주의를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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