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의 어린이날
비대면의 어린이날
  • 승인 2021.04.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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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올해 역시 비대면의 어린이날이 예상되고 있다. 5월, 코로나 재유행에 대한 강력한 염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맞게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실 작년 한 해를 혹독하게 겪은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나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맡게 되면서, 특히나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기간이 얼마나 큰 공백이었던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발달에 대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2학년이지만 아이들은 가족이 아닌 또래와 서로 소통하고 협의하는 등 사회성의 경험 전반이 부족한 것이 보였다. 자신의 마음을 남 앞에서 표현하는 것을 어색해하게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몸으로 표현하며, 시를 낭송하고, 역할극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종종 학교 제반의 작은 규칙들을 지키는 것을 어려워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더 힘들어하기도 했다. 채소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된 음식을 골고루 먹기 싫어하는 친구들도 보였다. 이는 비단 내가 맡은 학년만의 특징이 아닌, 코로나 이후의 전반적인 학생들의 변화일 것이다.

한편으로 올해의 아이들에게만 드러나는 또 다른 긍정적인 모습도 있다. 올해의 학생들은 내가 맡았던 어떤 아이들보다도 학교를 소중히 생각하고, 좋아하는 학생들이다. 학교에 오지 못했던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교에 오고 싶어 한다. 이 아이들은 친구의 소중함에 대하여서도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수업 전반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떨 때는 훨씬 더 차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름대로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연습도 해 본 아이들이 이 아이들이다. 많은 언론에서 코로나 이후의 학생들을 걱정하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아이들이 이전의 아이들이 가지지 못한 힘도 가지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이 비대면의 어린이날이더라도, 이 아이들은 자신의 어린이날을 마음껏 즐기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비대면이나 소규모 행사를 다양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자체, 도서관, 유관 단체 등에서 어린이를 위한 온라인 행사를 열고 있다. 대구창의융합교육원만 해도 수학, 과학, 환경, 소프트웨어 관련의 체험교실에 대한 신청 안내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신청 마감 속도만 보더라도 이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인기 있는 행사들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곳곳의 행사들이 '소리 없이' 열리고 있을 것이다. 많은 학부모가 오프라인 때만큼 이러한 노력에 대하여 많이 알고 계실지 걱정이다. 학생들을 위한 행사들 대부분이 이제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만큼, 학부모에게 사전에 각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전할 방법도 고민되어야 한다. 도서관, 융합교육원 등 우리 교육청 관할의 행사만이라도 한 곳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학교 역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5월 3일부터 열리는 'KNUES스포츠 리그'가 대표적인 행사다. 예전처럼 모두가 만나서 작은 체육대회를 열 수도 없고, 학년별 행사도 할 수 없지만 학반 중심으로 참여가 가능한 형태로 리그전을 연다. 방역 수칙을 지키는 가운데 안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교실형 경기들로 참가 종목을 구성하였다. 올해는 한 달 이상의 긴 기간을 두어 학생들이 충분히 리그 기간에 신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특별 방송 프로그램을 위한 어린이날 설문도 이루어지는 중이다. 한 곳에 모일 수는 없지만 반별로 한 소절씩 부르는 특별한 어린이날 노래도 만들어볼 것이다. 그 외에 학년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은 아직 비밀이다. 모든 행사들이 방역수칙을 지키는 가운데 반 친구들끼리 소소하게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내심 기대가 된다.

올해 어린이날이 비대면의 어린이날일지라도,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어른들 역시 5월의 방역에 좀 더 철저히 대비하여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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