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하늘
낮은 하늘
  • 승인 2021.05.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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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하늘이 녹말가루처럼 가라앉았다

잎을 떨어뜨린 나무들이 이부자리를 깔듯

하늘을 깔고 누웠다

산 빛은 아직 제대로 깨어나지 않고

능선과 능선 속에 보호색으로 잠겨

사방에서 노리는 바람을 막고 섰는 모양이다

하늘이 가라앉으면 안 되는데

하늘까지 힘을 잃으면 안 되는데

우리가 철석같이 믿었던 하늘

그래서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그러나 하늘은 잘못한 어린애처럼

낮게 가라앉아 소리 죽여 울고 있다

◇이향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후,『별들은 강으로 갔다』등 시집 23권.『불씨』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등 8권의 문학이론서를 펴냄.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함.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분명 자연현상임에도 불구하고 풍백(風伯)과 우사(雨師)와 운사(雲師)를 어쩌지 못하고, 임금은 비가 오지 않아도 기우제를 지내고,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기청제를 지내야 했다.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이기는 하나 철석같이 믿는 하늘의 뜻에 통사정을 하는 제사에는 정성을 다하였다. 그런 하늘도 힘이 없고 자신의 잘못인 양 우는 모습에 연민을 품게 만든 이 글에서 부디 하늘이 하늘같기를 소망해 본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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