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막고 도시 미관 훼손
주민 “태극기에 대한 결례”
대구시 “일일이 단속 어려워”
대구지역 도처에 깔린 불법현수막이 국기게양대까지 점령했다. 지속적인 행정단속에도 불법현수막과의 전쟁은 끝을 모른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광고물 정비현황은 총 9천685만8천79건에 달한다. 벽보가 529만8천146건으로 가장 많고 현수막 31만6천272건, 전단 9천123만3천967건 등의 순이다.
현수막의 경우 나무기둥 사이에 매달려 고사위기로 내몰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교통시야를 방해하거나 스쿨존을 가로막는 등 시민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국내 한 통신사가 대구 북구 내 사무실 임대 관련 현수막을 국기게양대에 내걸어 주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일 대구 북구 산격동 내 한 통신사 빌딩 앞 국기게양대. 펄럭이는 태극기 아래로 게양대에 단단히 고정해둔 불법현수막이 자리하고 있다. 통신사 이름을 내건 빌딩 사무실을 임대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이 있어 국기게양 관리 등에 대해서도 규칙으로 정해 있다.
대구가 불법현수막과의 기나긴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기게양대까지 점령한 불법현수막으로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격동 일대를 보행하고 있던 한 주민은 “아무리 국기에 대한 애국심과 존경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더라도 불법현수막을 버젓이 내거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라며 “태극기에 대한 결례이자 원칙의 상실”이라고 꼬집었다.
대구가 불법현수막으로 몸살을 앓은 지는 이미 오래이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광고가 위축된 상황에서 손쉽게 비대면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법현수막을 내거는 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광고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근래 눈에 띄는 불법현수막은 분양광고와 공사피해 반발에 대한 내용이다.
지역에서 일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붐으로 한 발짝 떼기가 무섭게 분양광고 불법현수막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소음과 먼지 등 신축공사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불법현수막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구·군 정비인력이 불법광고물 단속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워낙 양이 방대해 어려움이 있다”라면서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한 기업·기관·단체와 시민 개개인의 동참을 당부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