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일상이 너무나 그리운 국민들
[윤덕우 칼럼] 일상이 너무나 그리운 국민들
  • 승인 2021.05.03 2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백신 재고가 바닥났다. 정부는 아니라고 한다. 국민들은 헷갈린다. 방역 당국이 지난 30일 7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접종 중인 화이자 백신에 대한 추가 예약을 일시 중단하라고 일선 접종 기관에 요청했다. 지난 1일 예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대구지역의 한 기초단체장은 울분을 터뜨렸다. “대한민국 정부 지금하는 거 보면 희안합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신청율이 낮다고 닦달해 동사무소 직원들까지 독려해 가가호호 다니면서 어르신들을 설득해 동의율을 높여놨는데 이제는 약없다 카고 이게 무슨. 중앙정부에서 하는게…어느 장단에 춤춰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접종 못한 동네에선 난리입니다. 빨리 접종 안해준다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갔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29%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잘못하고 있다’가 60%였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8%로 가장 높았고, ‘코로나19 대처 미흡’(17%)이 두번째였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K방역을 자랑하고 백신 접종 상황을 챙긴다고 했지만 코로나 19 대처 미흡을 지적하는 국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이 드디어 알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돌아보니 작은 성당에서 동네 아저씨들이 각자의 재능을 모아 공연을 하고 잠시 같이 어울려 즐기다 오니 옛날이 그리워 빨리 나가고 싶어지네요.” 그는 “함께 즐감 하세요”라며 관련 사진 몇장과 동영상을 단톡에 올렸다. 사진을 보니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었다. 코로나 19 이전에 이태리를 여행하면서 로마 산타 마리아 마죠레 대성당 뒷골목에서 찍은 것들이다. 그러면서 “다음에 기회될 때 다 같이 나가면 좋겠습니다. 빨리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꼭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응답도 있다. 15개월째 지속되는 코로나 19확산으로 일상이 너무나 그리운 사람들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 19가 확산될 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방역 모범국가로 거론됐던 뉴질랜드. 지금 우리나라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뉴질랜드는 코로나 이전에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24일(현지 시각)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노마스크’ 콘서트가 열렸다. 오클랜드 에덴파크에서 뉴질랜드 밴드 ‘Six60’가 5만여 관객 앞 대규모 공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에서는 마스크도, 거리 두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에는 뉴질랜드 정부의 선제 대응이 있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팬데믹(대유행)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행객들의 입국을 전면 중단했다. 이러한 대응은 최저 사망률을 기록하며 찬사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6명에 불과하고 확진자도 2601명에 불과하다. 확진 사례 대부분도 입국 과정에서 강제로 격리된 경우다.

미국도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도록 지침을 내놨다. 영국도 조만간 마스크 없는 축구경기와 문화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거나 감염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속하게 누그러지고 있다.

미국보다 먼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이스라엘은 마스크 지침을 막 완화했을 때와 비교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더 늘지 않고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방역 모범국가라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자영업자 등 수많은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마스크가 일상화된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오는 23일까지 3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연말연시·설 연휴·5월 가정의 달 중요 시기마다 확산 명분을 빌미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만 확진자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코로나 19 예산에 수차례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체감 효과를 느끼기 힘들다”며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원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백신 물량을 제때 도입하기 위해 제약사와 계약 날짜를 확실히 보장받았다는 보도도 있다. 2022년 물량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부러울 따름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