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을 부치는 이유
전을 부치는 이유
  • 승인 2021.05.03 2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인숙

파전, 배추 전을 차례로 부치면서

조상님께 투덜거리듯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쯧, 혀를 찬다

쪽파들은 콧대를 세우며 일어선다

몸이 뜨거워질수록 지, 지 ,지,

날 욕하는지 더욱 소란스럽다

밀가루 한 국자 끼얹는다

더 새파래지는 자존심 꾹, 누른다

그 순간 탁, 무릎을 친다

밀가루와 파 그리고 불과 기름이 어울리는 것처럼

서먹한 동서 간 서로 뜨겁게 스며들면서

정이 깊어지라고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던가

결혼 근 사십 년 지나 이제

맛깔스런 우리네 한 생을 느긋하게 바라본다

◇정인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시와시학시인회 회장역임.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시마을,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지금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10).대구시인 협회상 수상(15).경맥문학상(20).시집: 연인, 있어요(20)외 다수.

<해설> 경험은 누구도 당할 재간이 없다. 이제는 거룩한 조상님 전에 올릴 제수(祭需)에도 시를 얹는 노련함에 빠져들 뿐. 시인은 수다스러운 전 부치기를 하면서 연륜으로 서먹함도 녹이고, 한 생을 관망하는 경지에 있다. 이런 일상의 평범함에서 뽑아내는 시상의 끝은 마름이 없을 것이다. -정소란(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