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대한민국 국민
극한직업, 대한민국 국민
  • 승인 2021.05.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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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유포한 30대 남성이 모욕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고소된 남성은 2019년 7월 17일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유포한 혐의로 지난 3년간 강도 높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휴대전화를 포렌식 명목으로 수개월 동안 압수당하고 경찰에 10차례 가까이 출석하여 추궁당했고 결국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겨졌다.

헌정사상 대통령이 한 국민을 상대로 본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일은 처음이다. 현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한때 모욕죄 폐지는 물론 명예훼손죄 처벌 범위도 제한하려 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 및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들은 명예훼손죄의 징역형을 폐지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13년 19대 국회 때 발의한 적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당위성과 관련하여 당시 박 장관 등은 “명예훼손죄의 남용은 UN 및 다수의 국제기구, 단체로부터 우리나라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후진국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명예훼손죄를 비형사범죄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국제사회 및 단체의 권고를 고려하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및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현행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고소를 계기로 문재인정부를 두고 독재라고 평가하던 목소리는 한층 더 견고하고 강해졌다. 독재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모욕죄가 성립할 수도 없고 또 성립되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형법상 친고죄인 모욕죄는 문 대통령 본인이나 문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고소해야만 기소할 수 있는데 경찰은 고소 주체를 묻는 언론에 즉답을 회피하고 있다. 단지 이것이 경찰의 스탠스일까. 모욕죄 피의자는 고소 주체와 시점 등의 관련 정보를 알 권리가 있는데도 경찰이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피의자 방어권 침해이다.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과거 문 대통령이 본인을 모욕하는 것에 대해 너그럽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라고 한 적도 있으며 2017년 한 방송에서는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한 적도 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했다고 일개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했고 30대 한 남성은 지난 3년간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이제는 검찰로 송치되어 절대권력의 선전포고에 더 큰 두려움으로 떨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의 법률전문가이고 진보 진영의 선두주자이다. 그리고 모욕죄 개정 또는 폐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포함한 진보 진영의 오랜 주장이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 발표한 논문에서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는 오히려 모욕을 당할 사실상의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 청년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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