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푸른차문화연구원 삼덕동 이전
‘철거 위기’ 푸른차문화연구원 삼덕동 이전
  • 정은빈
  • 승인 2021.05.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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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좌식차실에 초가지붕 올려
茶문화 상징적 장소 일지암 재현
故 김구한 도예작가 유작 보존
6월부터 공사…내년 3월 재개관
푸른차문화연구원
대구 수성구 연호동 푸른차문화연구원. 정은빈기자

대구 수성구 연호공공주택지구 개발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푸른차(茶)문화연구원’이 새 보금자리를 찾으면서 도예가 고(故) 김구한 선생의 유작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건물을 옮기면서 ‘차의 성지’라 불리는 일지암도 그대로 재현하기로 했다.

오영환 푸른차문화연구원(이하 차연구원) 원장은 4일 수성구 삼덕동 71-2번지(406.6㎡)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 위치(연호동 129-2번지)와 직선거리로 1.2㎞ 정도 떨어진 곳이다. 차연구원은 새 건물을 지상 4층으로 올리고 △1층 차 제조원 △2층 차 박물관, 명상·강의실 △3층 전문인력 양성기관 △4층 사무실, 다목적실로 구성할 계획이다.

부지 형태가 달라지면서 건물 외형도 변하게 됐다. 기존 건물 건축에 참여한 이정호 경북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변숙현 청도한옥학교 교장 등 구성원이 다시 모여 새 건물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4평 규모 좌식차실을 별채로 짓고 초가지붕을 올려 ‘일지암’을 재현하기로 했다. 일지암은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가 1824년 해남 두륜산 자락에 지어 40여년간 기거한 암자로, 한국 차 문화 중흥의 상징적 장소로 여겨진다.

오 원장은 “초의선사 탄생지인 일지암을 재현한 곳이 순천 등 전국에 3개 정도 있는데, 대구에도 일지암이 생긴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차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초가와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차연구원은 김구한 도예작가의 벽화 ‘동다송’, ‘노안도’ 등 작품 4점이 건물 벽면을 이루고 있어 건물 자체가 문화재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동다송은 초의선사의 시 동다송(1837)을 수제벽돌 26개판에 상감기법으로 새겨 만든 가로 270cm, 세로 120cm 크기의 대형 도판이다.

황기호 수성구의원(국민의힘)이 작년 5월 연호지구에 편입된 차연구원 사정을 알린 뒤 수성구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건축물 이전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청했고, LH는 지장물 조사 과정에 감정평가를 진행한 결과 작품 이전 비용으로 2억3천여만원을 보상했다.

차연구원은 오는 8월까지 현 자리에서 운영하고, 6개월간 공백기를 갖는다. 오는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새 건물 건축공사를 진행하고, 작품 이전 등 이사 후 내년 3월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벽화 작품은 새 건물 완공 전까지 별도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오 원장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곳인데 이전하는 만큼 가치가 줄어들 테니 아쉬움이 크다”면서 “예산도 부족하고 힘든 점이 많지만 여태껏 해온 일이니 계속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노력하고 있다. 작품도 최대한 복원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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