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도입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 승인 2021.05.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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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최근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도입하겠다고 한 고교학점제가 교육계의 큰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 교육열이 높아 모든 학부모가 어떤 교육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인 식견(?)을 가졌다고 치부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고등학교에서의 교육방법 및 평가의 변화는 곧바로 대학입시제도의 변화와 직결되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고교 학점제는 현행 고등학교에서의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춘 획일적 교육과정 대신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문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당초 2022년 시행에서 2025년으로 3년 연기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하였고, 그 수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와 같이 졸업에 필요한 총 이수학점을 정하고 이중 필수과목 학점을 제외한 나머지 학점은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심지어 다른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면 그곳으로 이동해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허용하는 것이다. 대신 졸업요건이 현재 2/3 출석률을 기본으로 수업에 참석만하면 되던 것과는 달리 고교학점제에서는 2/3 이상의 출석과 40% 이상의 성취도를 갖추어야 한다. 학업성취율이 40% 미만이면 해당 과목은 이수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되고 따라서 미이수가 되기 때문에 졸업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과 달리 재수강제도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과제나 보충과정의 이수를 통해 학점을 인정받아야 졸업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교학점제에 대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교실과 교원이 필요하고, 성취평가제 도입, 학생들의 생활지도, 지역 간 격차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는데, 과연 2025년까지 불과 4년 만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는 이러한 기반시설을 구축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 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학점제 실시로 학생들이 여러 교실로 흩어져 수업을 들을 경우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도해야 하는 담임교사의 경우 진로상담부터 선택과목 설계, 학업관리 등 업무가 과중해져 자칫 학생지도에 소홀해질 우려가 매우 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교사들의 주당 수업 시수를 12시간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이하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지켜질 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도·농간, 같은 도시 지역 안에서도 주변 여건에 따라 학교별로 교육격차가 극심한 실정에서 고교학점제가 새로운 불균형의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고교학점제가 급변하는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미래 인재육성에 꼭 필요한 교육정책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이 오락가락한 그동안의 경험을 감안하면 많은 교육정책들이 실행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에 봉착하면,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허울만 남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따라서 당장 내년 새로이 들어서는 정권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교육정책을 표방할 지 알 수 없어 더욱 그러하다.
교육은 흔히 백년지대계라 한다. 따라서 사회 일각에서는 교육부 폐지와 함께 교육제도는 건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정책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어찌되었던 현 정부에서 미래세대에 꼭 필요한 교육방향이라고 주장하면서 추진하고자하는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도입되어 정착하려면 좀 더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필자 또한 학생들에게 과목선택의 자율권을 주고자하는 고교학점제의 기본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고등학교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대입을 주목표로 하고 있는 인문계고의 경우 대입전형의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가능하다. 즉 현재 많은 인문계고의 교육과정 운영이 정해진 교육과정보다 소위 명문대학의 입시전형 방법에 맞추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 공공연한 사실이 아닌가? 따라서 우리의 모든 교육과정이 항상 대학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할 때 고교학점제라는 교육방식 변경을 연도를 정해 놓고 모든 고교에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취업 중심의 실업계고에 먼저 도입하고 대입 중심인 인문계고에 대해서는 먼저 대학의 전형방법 변경을 통해 고교에서 자연스럽게 학점제 방식으로 교육방법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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