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온의 민화이야기]천진난만 어린 동자들…백동자도, ‘多男’ 간절한 소망 담아
[박승온의 민화이야기]천진난만 어린 동자들…백동자도, ‘多男’ 간절한 소망 담아
  • 윤덕우
  • 승인 2021.05.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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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자도 百자 ‘충만함’ 의미
궁중서 시작해 민간서도 유행
中 송대 화가 소한신 作 영향
그림 속 아이들 의상 중국풍
호화로운 정원·관복 차림새
입신양명 기원 화풍으로 발전
남아 선호 노골적으로 드러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이러저러한 행사로 바쁘기도 하고 챙겨 할 일들도 많은 듯 하다.

아마 그 행사의 처음이 어린이날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라 내심 기대들을 하는 모양이다.

어린이라는 말은 아동 문학가였던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어린이를 부를 때는 아이, 아기 등의 단어를 사용했는데요. ‘어른’에 대한 대칭어로 쓰여 왔던 ‘아이’라는 말 대신 ‘어린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말을 사용함으로써 어린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의 뜻을 이어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하게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고자 기념일로 제정한 것이며. 어린이날은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어린이가 티 없이 맑고 바르며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날을 대표하는 우리 그림 중에 백동자도(百童子圖)를 소개해 볼까 한다.

백동자도(百童子圖), 백자도(百子圖), 백동도(百童圖)라고도 하는데, ‘백(百)’이 수(數)를 뜻한다기보다는 ‘가득해서 좋다’라는 의미의 충만함, 완전함을 의미하고 많은 동자를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다산의 소망을 넘어 그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게 해 달라는 기원을 담은 그림이다.

백동자도의 기원을 찾아보면 주나라 문왕이 낳은 100명의 아들이 있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영희도-소한신
<사진1> 소한신 作 추정 ‘희영도’
대북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진1>그 이후에 중국 송나라 시대의 화가 중 소한신(蘇漢臣)은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천진무구함을 탁월하게 표현해 낸 화가로 후대의 동자 그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시대를 뛰어넘어 조선 백동자도의 도상과 놀랍도록 유사한 그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동자 그림은 이후 이른바 ‘희영도’라는 이름으로 크게 유행한 중국 동자 그림의 전형을 제시했다.

그 이후 어린아이를 주제로 다룬 그림이 많이 그려져 왔으며, 그중에는 조선 백자도와의 연관성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적지 않다. 또한, 다양한 중국의 동자 그림 중에는 조선 백동자도처럼 길상적 의미를 지닌 ‘백자도’라는 이름의 그림도 존재를 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 효종(孝宗 재위 1649~1659)이 중국 화가 맹영광(1590~1648)으로부터 백동자도를 헌상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그때쯤부터 궁중의 다양한 행사에서 유행한 그림이며 그림 속 아이들의 의상이나 스타일이 중국풍인 이유도 시작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탓이기도 하다.

 

백동자도-2 오순경
<사진2> 오순경 作 백동자도 (2016년 제작 102cm X 57.5cm 순지에 채색 작가소장).
백동자도 부분1
<사진3> 백동자도(百童子圖) 부분.

<사진2·3> 조선 시대 ‘백동자도’는 중국 복식을 입은 남자아이들이 전각을 배경으로 각종 놀이를 하고 있는 정형화한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백동자도’는 장군놀이, 닭싸움, 잠자리 잡기, 새놀이(낮잠), 물놀이(연꽃따기), 양 타기, 개 놀이, 원숭이 놀이, 매화 따기 장면 등을 담고 있다. 각 장면들은 다남(多男)을 기원하는 풍습이나 입신양명을 뜻하는 역할놀이, 그리고 각 계절의 평안과 번영을 상징하는 풍속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점점 그 백동자들은 과거급제를 통해 높은 지위와 부를 얻고자 소망하는 그림으로 아이들이 관복을 입고, 화려한 전각과 호화로운 정원에서 노닐고 있는 양상으로 발전해 간다.

이렇듯 궁중의 백동자도가 민간으로 전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시대에 다산, 특히 다남(多男)은 왕실과 사대부, 혹은 여염집을 막론하고 가장 크고도 간절한 기복(祈福)의 대상이었다. 남자아이를 갖는 것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문의 문제였으며 결혼한 부인들이 아들을 낳지 못했을 때 당하는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처절했다. 당연히 아들을 기원하는 기자(冀子)풍습 또한 무수히 많고 다양했다. 다남을 상징하는 그림 등으로 집안을 장식하는 상시적인 기복 행위도 그러한 풍습 중의 하나였다.

전통 미술의 상징체계에서 다산과 다남을 뜻하는 상징물은 대단히 많고 다양하다. 포도·석류·수박·원추리·연과(蓮果)·물고기 등이 모두 다산과 다남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그림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이 다분히 은유적이고 우회적인데 비하여 백동자도에 그려진 사내아이들이 상징하는 바는 대단히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상징의 강도에 있어서도 기존의 상징물들은 백자도에 비할 바가 못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백자도는 궁궐보다 오히려 민간에서 훨씬 적합한 기복화였던 셈이다. 백자도에 대한 민간의 신속하면서도 폭발적인 반응과 그로 인한 급속한 민화화 과정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백동자 부분도에 나오는 원숭이 놀이는 상류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로서 일반적인 아동의 놀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들의 놀이와 함께 그림의 주제로 채택된 것은 당시 사람들이 아이들의 현실의 상황과 관계없이 귀한 집 아이처럼 키우고자 했던 소박한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

개인과 가문의 생존을 위해 널리 소망했던 간절한 바램으로 그렸던 백동자도는 오늘날 부모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 것인데.. 요즘은 우리 아이들이 그러한 소망에서 멀어져 학대받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아동학대 특별법까지 만든단다.

백동자도 속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들을 보시라. 이 복잡한 세상에 동심 가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저절로 마음의 평안을 가지게 된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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