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과 증오 바이러스
코로나 19 팬데믹과 증오 바이러스
  • 승인 2021.05.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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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신경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코로나 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서구권에서 발생하는 동양인의 혐오범죄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동양인이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발발했다는 것도 있지만 외견상 긍정적인 편견(model minority)도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편견(model minority)이란 동양인의 온순함, 사회규범에 대한 순종,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으로 이러한 성향은 범죄의 쉬운 표적이 된다.

사실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코로나 19로 인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코로나 19는 그동안 감쳐져 있던 동양인의 인종차별이 코로나 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좀더 정당화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불안이 코로나 19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감염병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 전가함으로써 혐오를 싹틔웠다.

사실 혐오와 차별은 서구권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코로나 19사태로 우리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을 때도 혐오적 발언이 쏟아졌다. 한 유명 방송인은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라고 명명하기까지 하였다. 4.15 총선을 앞두고는 ‘대구 손절’, ‘대구 봉쇄’라는 지역을 비하하는 말이 쏟아졌다.

특정 지역에 대한 지역 혐오는 코로나 19로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서구권의 인종 차별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내재되어 왔다. 혐오와 차별은 정치권의 침묵으로 암처럼 사회전반으로 퍼졌고 때로는 자신들의 정권획득이나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는 점차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일상화가 되었다.

필자도 지역 혐오 때문에 얼굴이 붉혀졌던 기억이 있다. 3년 전에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휴가를 갔었다. 주일에 휴가지 근처에 있는 성당에 미사를 보러 아들과 함께 방문을 하였다. 마침 어린이 미사시간이라서 아이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예배를 보았다. 젊은 신부님이 온화한 미소로 미사를 집전하였는데 강론을 시작하자 갑자기 강경한 목소리로 대구지역에 대한 비하 발언을 쏟아 내었다. 당시에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큰 이슈였던 시절이였는데 성경 구절에 예수님을 핍박하는 율법학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 율법학자가 대구 경북 출신의 검사들이라고 하였다. 서지현 검사를 추행한 검찰 국장은 대구에서 잠시 근무한 이력은 있지만 출신지역은 서울인데도, 10여분간 대구경북에 대한 지역 비하 발언이 이어졌다. 미사가 끝나고 아들과 함께 성당문을 나오는데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들보기가 부끄러웠다.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지역혐오와 차별은 선거철이나 코로나 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문제의 책임 전가 방안으로 더욱 활개를 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역혐오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이 코로나 19로 어려울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단체가 광주지역사회였다. 코로나 19로 대구시가 큰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광주시 의사회는 달빛의료지원단을 구성해 가장 먼저 대구 의료진을 찾아왔으며, 광주의 많은 시민과 기업, 민간단체들이 앞다투어 대구시에 구호물품 및 성금을 전해왔다. 천정배 의원이 특정지역과 주민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는 혐오발언 처벌법을 추진하였지만 아쉽게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백신접종을 통해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극복하려는 것처럼 차별과 혐오의 증오 바이러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혐오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코로나 19바이러스와 함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의 증오 바이러스도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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