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넘치는 세상, 당신의 혐오는 어디쯤 서 있나
혐오가 넘치는 세상, 당신의 혐오는 어디쯤 서 있나
  • 승인 2021.05.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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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남혐’이 SNS를 달구더니 카카오톡 이모티콘까지도 ‘남혐 주의보’로 몸살이다. 바로 ‘허버허버’ 이모티콘이다. 그간 ‘허버허버’는 온라인에서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어떤 행동을 급하게 하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전라도 사투리 ‘허벌라게’가 변형된 신조어다. 시작은 일부 남성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허버허버’가 ‘남성’이 밥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나타낸 것을 비하하는 표현이라 주장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남혐’논란의 시작은 지난 5월 1일 GS25가 제작, 게시한 캠핑용품 관련 이벤트 홍보 포스터에서다. 포스터 속 손 모양이 남성 혐오와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표방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한 커뮤니티의 주장이 일파만파 퍼진 것이다. 2017년 폐쇄된 ‘메갈리아’는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목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강조한 손 모양의 로고를 사용했는데 GS25 포스터 속의 손이 이와 유사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게다가 포스터에 적힌 영문도 문제가 됐다. ‘Emotional/Camping/Must-have/Item’으로 나열한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거꾸로 조합하면 ‘메갈(megal)’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GS25 측은 결국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봇물 터지듯 퍼져나간 ‘남혐’ 파장은 GS25에 대한 불매운동과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지는 등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콘텐츠에 대해서도 ‘재검증’이 시작됐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7월 방영된 KBS2의 ‘1박2일’ 울릉도 편이다. 라비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한다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이미지의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의 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출연자가 식사 중 갈매기를 쫓는 모습에 입혀진 자막 ‘허버허버’도 문제가 되었다. 2019년 방송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에서 ‘뜨거울 때 허버허버 먹어야 꿀맛’이라는 자막도 소환됐다. 방송뿐만 아니다. BBQ 자사 앱에서 메뉴 ‘소떡소떡’ 사진에 추가된 손 모양 일러스트도 ‘메갈리아’의 손 모양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SK하이닉스도 논란를 피해가지 못했다. 교육용 홍보자료 중 ‘mySUNI 반도체 챌린지’에 쓰인 이미지가 문제였다. 이미지속 인물들의 손이 모두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한 데다 함께 쓰인 월계수잎 마저 ‘메갈리아’의 로고를 의미한다는 지적이었다.

공공기관도 논란에 포함됐다. 지난달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이 온라인에 게재한 “2021년 5월 13일부터는 이렇게 달라집니다”라며 5월 13일부터 바뀌는 도로교통법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문제가 되었다. 해당 포스터 역시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한 손 모양이 사용된 것이다. 논란은 지난해 6월 국방부와 GS25가 함께한 호국의 달 캠페인 포스터까지 확장됐다. 국방부가 제작 배포한 포스터를 GS25가 재가공해 배포했는데, GS25 측의 포스터에는 국방부가 제작한 포스터에 없는 ‘군’이란 한글과 무궁화·새 이미지가 담겨있어 이것이 군 전역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 ‘군무새’를 의미한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기존 다섯이던 군인을 넷으로 줄이고 모두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으로 ‘죽을 4’를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남혐’에 대해 ‘갑론을박’이 뜨겁다. ‘남혐’으로 유추되는 표현을 사용한 기업 등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의미 부여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문제가 된 손가락 이미지는 이미지 스톡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게 모양 손가락은 자주 쓰이는 이미지이다. ‘메갈리아’ 월계수라 주장하는 이미지 역시 평화의 상징으로 자주 쓰일 뿐만 아니라 UN의 로고에도 포함된다. 게다가 ‘메갈리아’ 사이트는 이미 2017년 폐쇄되었고 2021년 현재 드러난 활동도 없다. 사라진 ‘메갈리아’의 소환이다. 숨겨진 기호 찾기처럼 ‘메갈리아’ 찾기가 ‘혐오’라는 감정을 입었다.

혐오는 어디에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일 수도 있으며 이러한 개인이 모여 다수의 감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이 태도가 될 때 혐오는 문제가 된다. 혐오는 이해와 타협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혐오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누구에게나 혐오는 있으며 어디에나 악(惡)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표현하는 태도이며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수준이다. 당신의 혐오는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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