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삶에 대한 예의
남은 삶에 대한 예의
  • 여인호
  • 승인 2021.05.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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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리 사이로 야생화들이 곱게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하니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던 천상의 화원에서 물처럼 바람처럼 동화보다 더 동화같이 살았던 타샤 튜더의 성실한 손놀림이 꽃들의 춤사위와 함께 겹쳐 아른거립니다.

데이지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초원에 화려한 색의 수많은 꽃 군락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레 어울려 더 화려하게 풍성했던 그곳은 인위적인 정원보다 자연 정원을 좋아했던 주인의 마음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했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가치를 믿으며 꿈꾸는 대로 성실하게 살았던 그녀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옵니다.

“사람들은 정원이 금방 만들어지는 줄 알지. 이 야생화 정원을 만드는 데 30년이 걸렸어.”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살아요. 캐머마일 차를 마시며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겨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자연은 온전히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요. 모든 삶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요. 자연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요.”

“정원의 나무나 꽃들에게 특별한 걸 해주지 않아요. 그저 좋아하니까, 나무나 꽃들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것, 나무와 꽃이 기뻐하리라 생각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꽃도 잘 자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에 집중해서 기르죠. 좋아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세요.”

“나는 내가 꿈꾸는 대로 살아왔고 매 순간을 충실하게 즐겼어요. 사람들은 다른 방식을 충고해 주었죠. 그럴 때마다 ‘알겠어, 알겠어’ 대답하고는 다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지금(90세)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해요.”

“행복의 비결은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답하며 살아가는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분명합니다.

아름다운 정원이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식물들을 하나씩 늘려가며 사랑의 관계로 받아들인 30년이라는 긴 세월로 만들어지듯 우리의 인생도 이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솔직 담백한 수상 소감으로 ‘노년에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전 세계가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펑!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어요. 경력을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했어요.”

그녀는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 지칭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려 스스로를 혹독하게 담금질 해왔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그녀의 기사를 읽으면서 모양과 색깔은 달라도 인생 철학이나 삶의 방식에 있어서 두 사람이 서로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타샤 튜더는 타샤답게 행복하게 살았고 윤여정은 그녀답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게 살지는 않습니다. 무엇이든지 가장 나다운 삶을 살게 하는 것, 그 일을 찾아 집중하는 것이 남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배은희

대구도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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