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석방은 빠를수록 좋다
삼성 이재용 석방은 빠를수록 좋다
  • 승인 2021.05.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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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시가총액 500조(우리나라 1년예산수준)에 달하는 삼성의 이재용부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으로 있다. 대다수 국민은 그의 석방을 바란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경쟁구도가 녹녹치 않아서다. 자칫 세계 1등의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절박감이 그를 부르는 이유다. 필자는 애초 ‘재벌옹호’와 거리가 먼 쪽이다. 어린 시절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춘궁기면 밥을 굶곤 했다. 그 어려운 삶을 견뎌 나가기 위해 심지어 ‘꿀밤밥(삶은 도토리에 보리쌀 10% 정도를 섞어 만든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지금도 고향집을 찾으면 삶은 도토리를 우려내기 위해 우물가에 놓여있던 장독이 떠오른다. 바가지로 연신 이 장독에 물을 붓던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세월을 건너 경제 10대국으로 뛰어오른 나라다.

돌이켜보면 그 어떤 자산보다도 큰 것이 훌륭한 지도자와 꿈과 노력이었다. 그 끈질긴 저력이 1인당 국민소득 50달러에서 30,000달러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었다. 자원도 기술도 없는 나라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때까지 숱한 시행착오와 문제가 어찌 없었을까. 그 당시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불균형성장론’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 산물이 재벌이다. 재벌제도는 정경유착 등 과오도 있었지만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공도 컸다. 모든 것은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어발식 확장이나, 과점의 폐해를 줄여나간다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의 경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산업의 ‘세계일류화’다. 세계여행을 하다가 세계 유수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이들 기업의 대형 간판을 마주하고, 커다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세계 곳곳의 Œ은이들 손에는 삼성모바일이 쥐어져 있다.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모바일은 안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자국산업의 보호에 나서는 등 경제전쟁이 불붙고 있는데도 ‘세계 1위 반도체기업’의 오너인 이부회장을 꼭 감옥에 보내야만 했을까?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사건’으로 2심에서 2년형을 받고도 형집행이 유보되어 도정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세계 반도체시장의 전쟁은 뜨겁다. 미국의 바이든정부의 핵심 키워드가 ‘반도체’다. 오죽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대책 화상회의를 열었을까? 여기에 삼성전자, 알파벳, 대만의 TSMC 등 19개 글로벌 기업 CEO를 초청했다. 안타깝게도 수감 중인 이부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국가적 손실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증설 계획을 머뭇거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오래가면 자칫 시장과 기술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렇듯 반도체시장이 전쟁 못지않게 뜨거운데 우리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과거에 함몰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 ‘세계1위’다. 맹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리고, 파운드리 분야 1위인 대만의 TSMC를 능가하려 한다. ‘잡느냐? 잡히느냐?’가 꼭 ‘동물의 왕국’에서 나오는 사바나의 한 장면 같다. 특히 반도체 생산12%, 15%인 미국과 중국이 샅바를 세게 잡았다. 한국이 마지막 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이다. 하지만 홀랑 뺏기느냐? ‘반도체 왕국’으로 나아가는 ‘찬스’ 이냐? 의 갈림길에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밀리면 한국경제가 휘청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부회장을 이 불꽃 튀는 전장으로 불러내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이제 문재인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지금은 잘못에 대한 단죄보다는 미래 우리 경제를 살릴 방책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 ‘진영’의 울타리를 걷고, 포용력 있는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경제침체까지 겹쳐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한다. 이 와중에 삼성이 뒤로 쳐지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부회장이 석방되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게 최선의 해법으로 회자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의 수용을 결단했다. 국민의 삶이 우선이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삼성전자 공장에서 이부회장에게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부처님오신날’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이땅에 축복의 푸른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이부회장의 석방은 세계반도체시장의 부름에 화답(和答)하는 것이지 결코 특혜가 아니다. 반도체전쟁은 ‘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이다. 그러기에 더 이상 이부회장의 석방을 미적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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