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분명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머니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하여 나는 평생 동안 내 어머니의
얼굴모습을 찾고자 수많은 여인들 앞에서
여인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살았습니다
둥근 얼굴
세모 얼굴
네모 얼굴
잘난 얼굴
못난 얼굴
갸름한 얼굴
퉁퉁한 얼굴
가지가지의 얼굴들
하지만 그 많은 얼굴 중에
내가 찾고자 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 어머니의 얼굴은
산야에 외롭게 피어있는
하얀 꽃 찔레꽃인가 봅니다
◇김병래= 1946년 충남 서산生. 전 KBS부산방송 아나운서 부장, 문예시대 수필시대 시와 수필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알바트로스 시낭송회 자문위원, 가산문학 우수작품상 수상, 국제다문화 시공모전 입상, 문예시대 작가상, 경성대학교 사회교육원 스피치지도교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세여인(시집)외 다수 아나운서와 술(수필집).
<해설> 어머니의 정겨운 그리움을 저처럼 밑바닥에 질펀하게 깔고 있었으니 그리움만치 어머니 얼굴이 이 세상에 또 다시 어디 있으랴. 질박하면서도 은은한 향기와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을 닳은 찔레꽃, 그 꽃이 바로 어머님의 현신이 아닐까? 화자의 그리운 어머니를 사실적 묘사로 돋보이게 한 시(詩)로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는 감미로운 정취가 있어 좋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