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언어로 빚은 비움의 자세
시인의 문장은 아침 숲의 고요처럼 정갈하다. 정중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집의 백미는 언어 속에 깃든 정갈함이다. 무욕과 무취에 가깝도록 자기 자신을 비우고 비운 후에야 닿을 수 있는 여백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조는 시인의 시, ‘당신은 망을 보고 나는 청수박을 먹는다’에 뚜렷이 각인돼 있다. 요컨대, 이 문장들은 ‘무수한 감정의 진자운동’을 통해 여백으로 가득한 무(無)로의 회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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