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왜 수컷이 더 클까 - 생존을 위해 몸의 모양도 바꾼다
새들은 왜 수컷이 더 클까 - 생존을 위해 몸의 모양도 바꾼다
  • 승인 2021.05.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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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대개의 곤충은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큽니다. 방아깨비의 경우는 암컷이 수컷보다 서너 배나 더 큽니다. 벌도 여왕벌이 수컷보다 훨씬 더 큽니다. 아마도 암컷은 몸속에 많은 알을 가져야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새들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꿩도 그렇고 닭도 그렇습니다. 공작이나 칠면조 등도 수컷이 훨씬 더 크고, 깃털의 색깔도 더 화려합니다. 또한 항상 기름기가 흐르는 깃털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자신들의 종족 보전(保全)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개의 수컷은 성격도 암컷보다는 공격적입니다. 이는 암컷을 제압하는 데에도 필요하지만 다른 수컷을 물리치는 데도 유용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암수의 성격은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상호의존 관계로 보아야 합니다. 물개의 수컷은 몸집이 암컷보다 약 10배나 크고, 사슴이나 비비도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뿔과 송곳니 같은 것이 수컷에만 각각 발달해 있습니다. 겉모양으로는 암수의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도 행동에서는 대개 차이가 있습니다. 참새류는 암수의 크기가 비슷한데도 수컷이 더 많이 울고, 들쥐는 암수 간에 싸우는 양식이 다른데 수컷이 훨씬 더 공격적입니다.

이러한 암수간의 차이는 우리 인간에서도 여러 가지 제2차 성징(性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는 여자보다 더 발달된 근육과 넓은 어깨, 그리고 큰 키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종족의 보전을 위해 끊임없이 선호되어온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족 보전을 위해서는 혼인의 형태도 선택되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수정과 교미만 이루어지면 끝나는 단기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는 관계가 있습니다. 평생 동안 계속되는 관계에서는 또 하나의 이성만을 유지하는 단혼(單婚)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개체의 이성을 맞이하는 복혼(複婚)이 있습니다.

복혼은 다시 수컷이 한 번식기간 중에 2개체 이상의 암컷을 상대하는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와, 암컷이 2마리 이상의 수컷을 상대하는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로 나뉩니다. 일부다처제에서는 암컷 1마리가 수컷을 받아들일 기회가 매우 적으므로 수컷 선택에 신중하게 됩니다. 그래야 우수한 새끼를 안전하게 낳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다처제의 경우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인해야 하므로 다른 수컷을 물리치기 위해 몸집·뿔·이빨 같은 도구를 발달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 다른 포식자에 쉽게 발견되므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암컷을 유인하여 수정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이러한 역학 구조가 결국은 몸의 크기와 색깔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체로 새에서는 일부일처제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장차 부화되어 나올 새끼를 돌보는 일을 양쪽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부화 후에도 어버이가 함께 살며 새끼를 돌보는 종류에서는 한배에 낳는 산란수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교적 많은데, 그것은 협동으로 많은 육추(育雛)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다처제를 이루고 있는 물개의 경우, 두목 1마리는 40~50마리의 암컷을 거느립니다. 그런데 아직 교미하지 않은 암컷의 경우, 빈곤한 세력권을 갖고 있는 수컷보다는 오히려 이미 교미를 한 수컷이라 해도 먹이가 풍부한 세력권을 확보하고 있는 수컷을 선택하여 많은 새끼를 낳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써 먹이 확보의 가능성 여부가 혼인 형태 형성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생존의 전략이 이처럼 혼인 형태까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온 산에서는 새들의 구애 노래로 가득합니다. 지금 알을 낳고 부화를 해야 물어다 줄 먹이가 많은 때에 새끼를 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종족 보전은 삶의 방식도 진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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