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소중한 너'…보고 듣지 못해도 마음만은 통하리
'내겐 너무 소중한 너'…보고 듣지 못해도 마음만은 통하리
  • 배수경
  • 승인 2021.05.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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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 소재로 한 작품
손끝으로 소통하는 아이 ‘은혜’
돈을 위해 아빠 행세하는 ‘재식’
교감해가는 과정 잔잔하게 그려
제도적 장치 미흡한 현실도 담아
내겐너무소중한너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시청각장애를 가진 7살 은혜와 돈때문에 얼떨결에 가짜 아빠가 된 재식의 동행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나 글, 표정이나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식으로는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12일 개봉한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우리가 흔히 아는 방식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7살 은혜(정서연)의 세상은 행여라도 모서리에 부딪칠까 몇 겹으로 테이프를 발라놓은 책상 아래쪽 구석이다. 며칠째 나타나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면서도 은혜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가 사다놓은 빵을 먹으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 뿐이다. 어느날 낯선 사람이 집으로 왔다. 처음에는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낯선 이가 피우는 담배 냄새가 엄마인줄 알고 반가워 다가갔으나 엄마가 아니다.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고 그의 손가락을 깨문다. 이렇게 재식(진구)과 은혜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연예기획사 대표인 재식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은혜 엄마의 전세금을 가로채기 위해 얼떨결에 은혜의 가짜 아빠 노릇을 시작한다. 돈 때문에 시작된 관계지만 재식은 함께 일하는 동생들에게 아이와 친해지는 법을 묻고, 빵만 먹는 은혜에게 다른 음식을 맛보게 해주려고 애를 쓰는 등 전형적인 악당과는 거리가 멀다. 방 안이 세상의 전부였을 은혜는 재식과 함께 바람, 햇살, 비 같은 바깥 세상을 경험하고 재식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시각, 청각이 아닌 촉각으로 소통하기 위해 손바닥에 글씨를 쓰고 서서히 두 사람이 교감을 이루어가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그들에게 악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따뜻하다. 이런 면들이 영화를 현실과는 동떨어진 동화처럼 보이게 만든다.

영화는 특수교육기관을 찾은 은혜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이 처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수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청각장애인반은 눈이 보이지 않는 은혜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시각장애인반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은혜. 그렇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법이 그래서”란 답만 돌아올 뿐이다.

목적을 위해 가족이 되었다가 진짜 가족보다 더한 정을 나누게 되는 사람들,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국내에 5천에서 1만명이나 된다고 추정만 할뿐 제대로 된 실태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한다.

은혜와의 동행이 길어지면서 점점 책임감과 사랑이 생겨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린 진구는 물론 아역배우 정서연 양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는 엔딩크레딧을 통해 시각장애와 청각 장애가 중복으로 있는 시청각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헬렌켈러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

영화의 개봉에 맞춰 밀알복지재단홈페이지(http://www.miral.org/)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독법안제정과 제도 마련을 위한 서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한번 생각해보자.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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