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위대한 날은 언제?
우리에게 위대한 날은 언제?
  • 승인 2021.05.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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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대구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 대구시의사회 정책이사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대중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1901년에 생겨서 올해도 120년이 되어 120주년 기념공연을 열게 되었다는 소식에 감회가 새롭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발목을 잡기 전, 영국을 방문하였을 때 옥스퍼드 서커스 역에 내려 그 명예의 전당을 바라보며 다음엔 꼭 저곳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트리오를 들어보리라 다짐했었다.

이제 코로나 19가 지배한 세상에 묻혀 있다 보니 지난 한 해가 또 올해의 절반이 어찌 지나가 버렸는지, 어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아늑한 옛일처럼 기억이 아물거리기도 한다. 사라진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는 정말 불안하고 힘겹고 치열했다. 백신이 나오면 상황은 빨리 좋아지지 않을까 손꼽아 기다렸지만, 아직도 코로나 19는 선량한 시민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입원실에 고립시키고 있다. 날씨는 얼마나 여름을 재촉하는지, 병실에 들어 있는 환자들은 열감을 느끼지도 않는데 37.5를 넘기기 일쑤여서 긴장하게 한다.

힘 있는 국가란 무엇인가. 백신을 가진 국가다. 그들이 가장 힘이 있고 지배력이 있어 보인다. 백신을 직접 만들고 자기 나라 국민들 위주로 접종을 진행한 미국이 힘센 국가임을 자랑한다. 이제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노 마스크 입장할 수 있다고 알린다. 전국 월마트엔 직원 150만 명이 근무하는데 이제 백신을 접종한 자는 노 마스크(N0 Mask) 입장이란다. 미 스타벅스. 디즈니월드도 노 마스크 입장이란다.

고대하던 코로나 백신이 나왔건만, 백신 확보는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일부 강대국 위주다. 세계 인구의 11% 가 백신 전체의 약 39%를 차지한다. 블룸버그 백신 트래커에 의하면 1억 회 분의 접종속도는 기존의 61일에서 현재 5일 수준으로 상당히 빨라졌다고 한다. 일주일 발생 환자 약 586만 명이라는데 백신은 상위 27개국이 다 차지한다. 전체 인구의 약 11%가 38.6%를 차지하니 전체 인구의 약 11%가 되는 하위 23개국은 백신량의 0.9 %만 겨우 차지한다고 하니. 부유한 국가 위주로 백신 확보 접종이다. 백신 경쟁이 바로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것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핏 뉴스를 보니 마스크를 벗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해변을 걷는 이들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항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 얼굴로 맞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며칠 전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끝낸 사람들은 대중교통 시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완화된 지침을 거론하며 ‘대단한 이정표로, 오늘은 미국의 위대한 날’이라며 미국의 힘을 자랑했다. 우리는 언제 위대한 날을 맞을 수 있을까. 예방 접종센터라는 팻말은 곳곳에 서 있는데 백신이 없으니….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아직도 500~700명을 오간다. 지난 4월부터 하루 평균 확진자는 600명 정도다.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경우가 3분의 1이고 무증상 감염도 많다. 선별진료소 당직을 서다 보면 수술을 위해 입원 전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니 무증상 감염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걱정이다. 전 국민을 전수조사하지 않는 한, 친밀한 사이의 감염은 끊이지 않을 것 같고 합병증으로 위급한 상황이 동반되기 쉬운 고령층은 백신도 맞지 못한 채 확진자 발생이 자꾸 이어지는 양상이다.

날은 점점 더워져 30도를 벌써 찍었다. 코로나 병실에 들어가려고 방호복 지퍼를 올리는 순간, 가슴이 답답하다. 병동 계단을 내려서려고 하면 고글에 벌써 김이 서려 헛디뎌 계단 아래로 굴러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간호사들은 얼음이든 차가운 수건 목걸이를 하고 있지만, 눈에는 서러운 눈물인지 고글에 서린 김인지, 물기가 맺혀 측은하다. 열나는 환자들을 수시로 처치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들, 방호복 속 그들의 몸과 마음은 온통 땀범벅이리라. 아이스 재킷을 걸쳐도, 얼음으로 목을 둘러도 밀폐된 공간에서 뿜어대는 환자들의 신음 섞인 열기에는 당할 재간이 있으랴. 고령층을 중심으로 위 중증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꺾이지 않는다. 75세 이상 중증화율도 최근에는 20%까지 상승했다. 사망자가 늘어날까 봐 우려된다.

어느 연령대는 백신 예약을 하라는 긴급문자가 수시로 울린다. 하지만 27일이 되어야 그나마 예약자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 아무쪼록 능력 있는 나라에서 뒤늦은 백신 확보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나누어 주어서 귀한 생명을 함께 지켜가는 평등한 지구촌이 되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건강관리 잘하여 마스크 벗고 대면할 수 있는 위대한 날을 맞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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