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위기와 도전]가족 부양·자녀 양육 부담…싱글라이프 만족
[가족의 위기와 도전]가족 부양·자녀 양육 부담…싱글라이프 만족
  • 정은빈
  • 승인 2021.05.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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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비혼주의자”…그들이 비혼을 선택한 이유
1990년대생 가부장적 문화 영향
결혼 후 떠안게 될 역할·책임 반감
자유롭게 즐기는 여가시간 중시
희생을 감내한 부모 세대와 달리
짙어진 개인주의적 성향도 한 몫
비혼소재드라마-스틸컷
‘비혼’은 드라마 소재로도 등장했다. 지난해 7월 6일~9월 1일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에서 주인공 서현주(황정음 분)가 ‘비혼 선언식’을 열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비혼’(非婚)은 10여년 전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확산한 신조어다. ‘미혼’(未婚)이 단순히 결혼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면, 비혼에는 스스로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혼자 살겠다는 ‘독신주의’와도 차이가 있다.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주의’는 갑자기 등장한 현상이라 보기 어렵다. 1990년대생 비혼주의자들은 부모님 세대의 가부장적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면서 집안일도 돌봐야 한다는 데 거부감을 느껴 결혼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직장인 황모(여·40·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혼자 활동하며 즐기는 이른바 ‘나홀로족’이다. 평일 퇴근 후에는 악기를 배우고, 주말이면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여가시간을 보낸다.

황씨는 결혼 후 떠안게 될 역할들에 반감에 가져 혼자 사는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내와 며느리, 아이를 낳는다면 엄마로서 져야 할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년간 노력한 끝에 얻게 된 직업과 가정·육아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황씨는 “혼자 누리는 휴식의 장점도 포기하기 어렵다”면서 “결혼한 후에는 아무래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하면서 지내기 힘들고, 기혼이면서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것은 이기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혼주의자인 직장인 채모(31·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도 직업, 사람과의 관계 측면에서 자유로운 인생을 추구한다. 그는 법적으로 묶인 부부라는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혼자 살면 이른바 ‘박봉’으로 분류되는 일을 하더라도 여유롭게 지낼 수 있지만, 한 가정의 생활비를 모두 감당하기는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채씨를 결혼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채씨는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주변에 스스로 비혼 주의자라 말하고 다닌다. 결혼으로 엮이는 관계가 싫고, 끝까지 책임을 질 자신이 없다”면서 “연애도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하고 싶다. 동거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여·30·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아이 없이 살겠다고 다짐한 ‘예비 딩크족’이다.

이씨는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진 영향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을 미덕으로 여긴 과거와 달리 “내 삶은 온전히 나를 위해 살겠다”는 가치관이 커진 것이다. 임신·출산에 따른 불편과 학교 폭력 등 아이들을 위협하는 문제가 늘어난 점도 한 몫을 했다.

이씨는 “아이를 낳은 뒤 내 몸이 받을 영향이나 양육 비용,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점을 모두 고려하면 ‘역시 낳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서 “선정적인 미디어 콘텐츠가 급증하고, 학교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들을 보면 ‘아이 키우기 너무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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