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특정연령층의 문제가 아닌 ‘피싱’
더는 특정연령층의 문제가 아닌 ‘피싱’
  • 승인 2021.05.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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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자녀 교육에 있어 영상 노출을 가능한 최대로 제한하던 가정들도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교육기관의 온라인 수업은 가끔 관련 '유투브' 영상의 링크로 대체되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시각적인 자극이 극대화 된 영상물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사고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당장 내 아이만 보더라도 유투브를 보기 시작하면 옆에서 누가 불러도 모를 만큼 '멍'한 상태를 보이고 당연히 대답은 무성의하고 생각의 깊이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물론 학습적인 자료도 있겠지만 사실 조회수나 구독자수가 영상물 제작자의 수익과 직결되어 있기에 교육적인 것보다는 보통은 자극적이고 때로는 충격적인 내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영상물을 장기적으로 시청할 경우,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 단순 학습 능력 저하는 물론이고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미디어에 중독된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주요 우울장애 등의 질환이 중독되지 않은 경우보다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 외에도 강박장애, 정신분열증, 사회공포증 등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사고하는 시간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나 태블릿과 같은 매체를 접하는 시간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영상중독은 문해력 붕괴와 직결된다는 것이 큰 문제다. 글의 내용을 앞뒤 문맥에 맞게 파악하여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정보 자체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즉 텍스트를 비판적 사고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것을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큰 문제로 여기며 문해력 붕괴, 특히 디지털리터러시와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해(文解) 또는 문자해득(文字解得)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얼마 전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바닥권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에서 인터넷 정보의 편향성 여부를 판단하는 교육을 받았다는 비율도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발표한 <피사(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서 한국의 만 15살 학생(중3, 고1)들은 사기성 전자우편(피싱 메일)을 식별하는 역량 평가에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피싱메일 여부 식별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덴마크·캐나다·일본·네덜란드·영국 학생들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에 반해, 한국은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헝가리 등과 함께 최하위 집단으로 분류됐다. 더욱 참담한 것은 한국 학생들은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식별력이 47%인데 반해 한국은 25.6%로 꼴지였다. 이 보고서는 3년마다 실시하는 피사 결과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분석하여 만들어진 자료인데 2018년 한국은 37개국 중 5위였고 2006년에는 조사대상국 중 1위였다. 지난 12년간 꾸준히 순위가 하락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최고 국가답게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되지만 한국 청소년들은 지식을 스스로 구축하고 검증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많은 학교가 문을 닫고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10대들의 문해력은 그 민낯을 보기 무서울 정도로 무너졌다. '사흘'을 '4일'로 오해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감안하면 그 붕괴는 가정과 학교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지난 3월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6부작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는데 교육종사자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지금까지도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10대 자녀들이 글이 조금만 길어져도 읽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한두 번은 봤기 때문에 이 문제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매체에 둘러싸인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정보 홍수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정보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즉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정보 신뢰성 판단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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