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단상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단상
  • 승인 2021.05.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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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때가 되기는 된 모양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유력 여·야 정치인들이 지난 화요일 제41주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추어 앞 다투어 광주를 방문하거나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를 보며 2000년대 중반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 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그 자신이 독재정치의 화신(?)으로 비난했던 박정희대통령 생가를 방문하여 박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던 것이 생각나 역시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구나 하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후세 사가(史家)들에 의해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오점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지상황이 어떠하였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의 책무인 국가공권력이 오히려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민주국가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필자의 입장에서 그 때를 회상해보면, 79년 10월 국회에서 야당총재인 김영삼 의원의 제명으로 촉발된 부마항쟁은, 10.26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진 최고 권력자를 갑자기 사라지게 만들어 국가권력에 공백이 생겼고, 그 빈 공백을 쟁취하기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오랜 세월 권위적인 정권 속에 살아온 국민들이 좀 더 자유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음에 편승하여 자신들만이 이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대학에서는 이 기회에 보다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시위가 연일 전국적으로 전개되었으며, 특히 80년 5월 15일에는 서울역 광장에 대학생 10만 명이 운집하는 등 그야 말로 민주화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이에 79년 12.12로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는 위기감을 느끼고 계엄령을 확대하여 5월 18일을 기해 전국 모든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고, 결국 이에 가장 극렬하게 반발한 광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현대사의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신군부 중심의 제5공화국 등장으로 민주화운동은 잠시 수면아래 잠시 가라앉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79년 10월 26일부터 80년 5월 18일까지를 비록 미완의 실패로 끝났지만 강렬하였던 1968년 체코의 민주화운동인 '프라하의 봄'을 빗대 '서울의 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누르면 누르는 강도만큼 반발하는 용수철처럼 한번 폭발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정부의 강압에 의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80년대 중반 과거보다 더 강렬히 분출되어 결국 제5공화국을 종결시키고 대통령 직선제를 바탕으로 한 제6공화국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이는 5,18민주화운동의 결실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5.18은 광주사태, 광주시민항쟁 등으로 폄하되던 것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되고,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사망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이 진행되게 되었고, 1997년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항쟁의 희생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등 명예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독재에 항거하여 민주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이 일부 특정 정치세력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권이 소위 보수 진보(?)로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진실 규명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과 현 문재인정부 4년 동안 무얼 했기에 아직 사실관계 조차 규명하지 못했느냐?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작년 11월 제정된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해서도 진실이 규명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왜곡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숭고한 5.18 희생자들의 뜻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는 최근 전 여권 중진인사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자격을 반납하는 사태에서도 그 심각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부겸 총리는 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아직 밝혀내지 못한 진실들이 많으며, 정부도 완전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거나 아니면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진실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간 나타나지 않았던 증인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작년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에 진실규명에 관한 모든 것을 맡겨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정치인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5.18정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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