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온의 민화이야기]조상 극락왕생 기원…지극한 효심 담은 ‘간이 제사상 그림’
[박승온의 민화이야기]조상 극락왕생 기원…지극한 효심 담은 ‘간이 제사상 그림’
  • 윤덕우
  • 승인 2021.05.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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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대신하는 민초들의 소박한 원당(願堂):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
유교적 제례 위한 그림에서 출발
화병 등장 등 불교 의례도 엿보여
자식의 무사안녕 비는 ‘기복 신앙’
다양한 형태의 사당·수목 등장
참외·수박 등 제물 ‘다남’ 기원
모란 등 꽃은 집안 영속성 염원
감모여재도
감모여재도 19세기 후반 작가미상.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감모여재도 2
감모여재도 19세기 후반 작가미상 (85cm X 103cm 지본 채색) 일본 민예관 소장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로 석가모니가 이 세상의 중생(衆生)들에게 큰 깨달음의 광명을 준 날이라고 한다.

필자는 쉽게 종교에 빠지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시류에 흘러 교회도 가보고, 성당 가서 미사도 드려 보고, 여러 종교를 방문하고 섭렵해 보았다. 그러다 이후에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의 덕분으로 오랫동안 부처님을 뵙고 있다.

옛 속담에 남이 장에 가니 거름 지고 나선다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신 어머니 덕분에 우리나라 유명 사찰은 다 가보았고, 큰 스님들의 법문도 많이 들어 이제는 제법 귀도 뜨였다.

몇 해 전 통도사 반야암 지안 스님의 설법을 들었는데 세상의 돌아가는 이치가 인과(因果)법과 인연(因緣)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셨다. 모든 세상의 일은 그 원인과 결과에 따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말씀에 사는 일이 왜 이리 힘들었지… 세상 탓이 아니라 나로 인해 그렇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은 특별히 부처님 오신 날이고 우리 어머니 늘 부처님께 소원처럼 Ÿ슷떳자식들의 무사 안녕과 조상님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모습에 우리의 오랜 원당(願堂)과 관련이 있는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를 독자들께 보여드린다.

원당(願堂)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형태의 하나로 고대의 조상 숭배 신앙은 불교의 유입과 함께 사찰에 재물을 보시해 공덕을 쌓고 불력(佛力)을 통해 조상의 명복을 비는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러한 불교식 추천행위가 개인이나 일족(一族)의 발원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는 불교 용어로, 석가여래를 친견하고 싶은 지극한 마음에서 하나같은 생각을 모아 어느 경지에 도달하면 여래의 모습이 실제로 나타난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뜻을 빌어 조선시대 후기 제사를 지낼 때 쓰는 그림으로 ‘조상을 사모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실제 조상의 모습이 나타난 것과 같다.”라는 뜻으로 차용되었다.

감모여재도는 처음 유교식의 조상 제사를 위한 그림에서 출발하였지만 그림의 내용만 보면 사당식 제사 그림이라기 보다는 불교 육법공양(六法供養)의 제물이 올려 있고, 다양한 상징물과 형식이 불교의식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감모여재도에 등장하는 다양한 화재(畵材)가 어떤 의미와 상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다양한 형태의 사당 건물이 등장한다. 조선 시대의 신성한 건물이 대부분 맞배지붕인 것에 비해, 감모여재도의 지붕 모양은 중국풍 팔작지붕, 일본식 신성 건물의 지붕 모양도 있다. 건물의 크기는 예서(禮書)의 규정처럼 세 칸이나, 정자각형(丁字閣形), 2층 누각형도 있다. 처마에 풍경(風磬)을 단 것도 많다. 그림의 화재로 사용한 사당을 최대한 신성한 건물로 표현하려는 의도 때문인 듯하다.

둘째, 다양한 수목이 등장한다. 건물 뒤쪽에 그린 고송(古松)은 ‘수(壽)’자 형상인데, 이는 집안의 영속성을 상징한다. 또한, 소나무는 장수, 의리, 뇌를 파먹는 망상(罔象)이라는 해충 방지 등을 상징한다. 향나무를 그린 그림은 백수도(柏壽圖)로 장수를 상징하고, 좌우에 소나무와 함께 서 있는 오동나무는 봉황이 천 년에 한 번 앉는 나무로서 신성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수목은 장수하고 신성하였으므로, 사당 역시 신성하고 오래 영속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등장한 것이다.

셋째, 다양한 꽃이 그려진다. 모란은 부귀영화, 연꽃은 불교·신선·군자청빈·다남, 국화·대나무·매화 등은 사군자로 선비정신, 불로초는 영구존속, 패랭이는 축수(祝壽)를 의미한다. 이는 집안의 영속성을 기원하려는 것이다.

넷째, 제구와 제물이 나온다. 제사 도구는 제상·향로·향탁·향합·촛대·술잔으로 유교 제사에 필요한 것들이다. 제물은 통상적인 조율이시(棗栗梨枾)·포 등과는 전혀 다르다. 참외·수박·석류·포도 등이 주로 등장하는데, 이는 집안의 대를 잇는 다남(多男)을 기원하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화병은 유교의 제사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화병의 등장은 불교에서 유래한 감로탱화나 다라니경에 보이는 불교의례 도상과 매우 유사하다.

유교식 제사의 출발에서 유교의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는 그림의 내용으로 지금도 감모여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당 지붕의 모습이나. 화병이 올려져 있는 제단의 모습은 확실히 민화적인 요소로 규정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렇듯 우리 민화에 담겨있는 근본적인 기조가 바로 이러한 기복 신앙이라는 점에서 감모여재도는 단순히 제사를 지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조상의 극락왕생과 그 불사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자신과 가족들의 복을 받기를 희구하는 마음이 담겨진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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