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안에 들었다가
꿈밖으로 걸어 나와
아침 밥상을 차리는 여자
가만히 풀어 내린 옷고름에서
지나온 세월의 목선은 가름하나
젖가슴도 빈약하다
매듭 감춘 치마끈 풀어내려도
여자의 속옷은 가랑잎처럼 말라있을까
천년 지난 오늘도 그대로 일까
틀어 올린 머리채는 여백을 헐어
정수리는 원형탈모증인지 모를 그녀
치마 밑 살그머니 내민 외씨버선발
상큼하게 들린 버선코는
누군가의 마음 한 자락 잡을까
양 눈썹 사이가 너무 시원해
비록 어떤 설렘조차 들지 않아도
신윤복이 꿈꾸던 저 여자
너무도 오래 함께 살아서
눈감아도 겨드랑이 작은 점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상직= 경북 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가을호/2014 신인상으로 데뷔,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집 : 달빛소나타.
<해설> 천재 화가 신현복의 미인도에 대한 화자의 심상을 미의 높은 척도를 일괄하는 언어들의 매끄러움이 한결 돋보인다. 그림 속에 심취하는 화자의 결 고운 시어들을 잘 조탁함으로써 시를 점층적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름다운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