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욕죄와 피해자의 승낙
대통령 모욕죄와 피해자의 승낙
  • 승인 2021.05.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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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
2019. A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의 하수인으로 비하하는 인신 모독 문구 및 대통령의 가족을 친일파로 비난하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하였고, A씨가 모욕죄로 고소되었다가 논란이 일자 최근에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고소 취하하여 사안이 종결되었다. 위 사건의 고소가 과연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사인지 및 만일 대통령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면 A씨는 모욕죄로 처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있다.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고소하지 않았다면 모욕죄는 수사 자체가 개시되고 곤란하므로 대통령의 의사가 100% 반영되어 고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어느 방송에 출연하여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을 감수하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고 그 후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에 대하여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표현은 없었다.

형법이론상 범죄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이를 인정하는 의사표시를 ‘양해’ 또는 ‘피해자의 승낙’이라고 한다.

‘양해’는 상대방의 승낙이 있으면 범죄행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즉 주인의 허락을 받고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그 자체로 절도라고 표현할 수 없고, 연인과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처음부터 ‘강간’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

이에 반하여 ‘피해자의 승낙’은 피해자의 승낙이 있어도 범죄행위라는 개념은 성립하지만 그러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나에게 대하여 욕을 해도 된다’라고 말하여 상대방에게 욕을 하였다면 욕을 하는 행위 자체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지만 상대방이 스스로 미리 욕하는 행위를 승낙하였으므로 그러한 행위는 위법이 아니다. 주로 개인적 법익에 대하여 ‘피해자의 승낙’이 있으면 최종적으로 처벌할 수 없지만 개인적 법익이라도 생명은 비대체적인 절대성을 지니고 있어 승낙의 대상이 아니고 상해의 경우도 신체는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 법익이므로 사회상규에 반할 때는 위법하다. 따라서 ‘우리 둘이 칼을 들고 결투를 하고 결투 과정에서 다쳐도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하고 칼을 들고 결투하다가 다쳤다면 이러한 약속은 사회상규상 허용되지 않는 약속이므로 당연히 죄가 되고 처벌된다.

승낙은 사전에 표시되어야 하고 승낙의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다. 피해자는 승낙을 철회할 수 있고, 철회하면 그 이후에는 당연히 위법한 행위가 된다.

대통령이 방송에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수하겠다’라고 말하였고, 이론상 승낙의 상대방이 특정될 필요가 없으므로 국민 전체를 상대로한 피해자의 승낙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모욕은 개인적인 법익이므로 개인이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는 법익이고, 그 후 대통령이 ‘앞으로 모욕적인 언사에 대하여 고소할 수도 있다’라면서 종전 방송에서의 언급을 철회한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위 방송 이후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행위는 대부분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대통령이 고소취하하지 않아도 A씨는 형사 처벌되지 않았을 것이다(결국 처벌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통령이 마치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를 연출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건 고소를 취하하면서 청와대가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대통령이 수용하였다’라고 애매하게 표현하여 ‘모욕행위에 대한 승낙의 철회’인지가 불명확하다. 따라서 장래에 다시 대통령에 대한 모욕행위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더 논란거리가 되었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위한 모욕적 언사,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기위한 차원에서의 대통령에 대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은 당연히 허용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목적이 아닌 단순히 대통령에 대한 인격모독적인 표현은 자제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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