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만 적용 구멍 뚫린 법망 지적
‘공격성 강한 소형견 포함’ 주장
견주 교육 의무화 필요 목소리도
중·대형견으로 인한 개물림 사고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사람 통제를 벗어난 개들이 다른 동물과 사람 모두를 위협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관리 강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4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대구지역에서 개물림 사고 관련 119신고로 출동한 건수는 총 4천812건이다. 이 기간 길거리에서 개에 물려 다친 사람은 6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출동 건수는 2018년 1천771건, 2019년 1천611건, 지난해 1천430건으로,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말까지 522건 출동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관리 대상이 ‘맹견’에 국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정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공격성을 보이더라도 의무적으로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견종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그 잡종이다. 맹견 소유주는 동반 외출 시 입마개와 목줄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올해 2월부터는 맹견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실제 지난 19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 지난달 13일 달서구 상인동에서 고양이를 물어 죽인 개는 각각 대형견 ‘말리누아’와 중형견 ‘차우차우’로 법정 맹견이 아니었다. 지난 2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숨지게 한 개도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맹견 범위를 공격성 있는 소형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살 된 딸이 공원에서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소형 반려견에 물렸다. 동물보호법에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해서 허술하게 관리해서는 안 된다. 개마다 공격 성향이 다른 것이지 품종마다 다른 게 아니다”라며 “반려견 외출 시 소형견도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해주길 바란다”라는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관리 견종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해 올해 맹견이 아니어도 기질평가를 통해 공격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입마개를 착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물림 사고 증가는 반려동물 보유인구 증가와 동반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견종 비율이 당해 반려견으로 유행한 품종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동물단체는 일차적으로 개물림 사고가 견주의 관리 부실로 인한 문제인 만큼 견주에 대한 관리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개가 선천적으로 어떤 특질을 지니느냐 보다 ‘개를 어떻게 기르고 관리하느냐’가 개의 공격성 발현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며 “최소한 보호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있을 시 처벌은 물론 소유권 혹은 사육권 제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