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당찮은 황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발언’
가당찮은 황 장관의 ‘이건희 미술관 발언’
  • 승인 2021.05.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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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한 인터뷰에서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 정부는 수도권에 별도의 미술관을 지어 보관·전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대구시로서는 충격적인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를 결정하는 정식 협의체가 출범하기도 전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객관성을 지녀야 할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황 장관은 이건희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하기를 바란 기증자의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등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놓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건립의 당위성으로 다양한 이유를 내세운 지자체들의 유치 과열로 기증자의 정신이 퇴색될 수 있다고 했다. 2만3천여 점의 기증미술품을 효과적으로 보관하기 위해선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고 관광객이 많은 수도권이 최적지라고도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가당찮은 발언이다. 우선 황 장관은 수도권 건립 당위성으로 ‘기증자의 정신’이라 했는데 기증자가 언제 수도권에 건립하라고 했는가. 유치 과열로 기증자의 정신이 퇴색된다는 말로 어불성설이다. 올림픽 경기 유치가 항상 유치 과열됐지만 그것 때문에 올림픽 정신이 퇴색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미술품 보관을 위해서 수도권이 최적지라면 경주나 공주 박물관은 왜 수도권으로 옮기지 않는가.

수도권에 인구가 많고 관광객도 많아 거기에 설립해야 한다는 황 장관의 발언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구겐하임 빌라오 미술관은 인구 40만의 도시에 건립됐으나 연간 12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그것 때문에 ‘빌라오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본의 다케오 시립도서관도 인구 5만의 지역에 있지만 연간 100만명이 찾는다. 황 장관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의 모든 미술관이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문화재 1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3대 사립 미술관 중 하나인 간송미술관도 대구로 이전된다.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건립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대구에 온다면 간송미술관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오히려 대구가 최적지이다. 다음 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만큼 지역의 모든 힘을 모아 거세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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