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금봉산(金鳳山)을 아시나요?
[문화칼럼] 금봉산(金鳳山)을 아시나요?
  • 승인 2021.05.26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국대구문화예술회관장
대구 금봉산은 해발 139m의 야트막한 동네 야산이다. 우리가 흔히 두류공원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하지만 실제의 두류공원은 이월드가 위치한 두류산과 문화예술회관, 성당못을 품고 있는 금봉산 이 두 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봉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곳을 두류공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사철 찾는 공간이지만 금봉산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낯설다. 하지만 이 산이 품고 있는 기운은 온화하며, 주변을 잘 품고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처럼 조화롭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곳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위락시설과 체육시설 그리고 문화예술의 다양한 공간을 품은 곳. 그래서 시민들께서 마음을 내서 찾기만 하면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멋진 곳이다.

그리고 금봉산 자락 배산임수의 위치에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있다. 문화예술회관은 대구 대표 건축가 후당 김인호 선생의 유작이다. 당초 금봉산 북편에 예정된 것을 대구시를 설득한 선생 덕분에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 최근 대구시청 이전지가 두류정수장 부지로 결정 되었지만 일각에서는 현 문화예술회관 자리야말로 대구시청이 들어서야 할 곳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명당이다. 대구시민회관(현 콘서트하우스), 경북실내 체육관, 경북대 강당과 대전 충무체육관 그리고 잠실야구장, 경주 화랑교육원 등 수많은 김인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난 정서는 전통미학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살린 대표적 작품이 대구문화예술회관이다.

나는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문외한도 문화예술회관을 조금만 주의 깊게 바라보면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금방 알 수 있다. 이곳은 기능으로서의 가치만큼이나 공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이 크다. 금봉산 자락 남측 면에 위치한 미술관은 화강석 건물로서 배경인 산세와 절묘하게 어울리며 펼쳐져 있다. 지붕은 농악의 상모 소용돌이를 이미지화 했다 한다. 그리고 실내는 육각형의 크고 작은 13개 전시실과 모든 동선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건물 각 동별 알맞은 볼륨과 다양한 레벨차를 통하여 은근한 한국 전통 공간 흐름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그리고 기하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연장 지붕은 승무 박사고깔을 형상화 한 것이다. 미술관 앞 광장과 구석의 골목길 느낌의 계단 등 모든 건물과 광장이 위압적이지 않고 따뜻하며 자연조건과 물 흐르듯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두류공원과 문화예술회관이 조화롭고 아름답다면 그것은 성당못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조선 중엽 채씨 성의 판서가 살던 곳인데 국풍(국가 풍수가)이 지나다 보니 장차 왕이 태어날 명당이라 아예 싹을 잘라버리고자 집터를 파내 못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거 을씨년스러운 모습과 비교하면 지금 이곳은 너무나 아름답게 변했다. 그리고 광장이 부족한 대구에서 코오롱 야외음악당은 공연장의 역할과 더불어 광장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에서 치맥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 외 수준 높은 공연도 봄부터 가을까지 열리고 있다. 정말 코오롱 야외음악당은 전 세계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공간이다.

공연장은 제작 기능이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제작극장이란 말 그대로 무용, 연극 그리고 오페라와 뮤지컬 등 공연 작품을 상주 인력이 직접 만들어 그것을 중심으로 무대에 올리는 극장을 말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예술단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 극장과 거의 흡사한 명실상부한 제작극장이다. 시립예술단을 비롯한 문화예술회관 모든 구성원은 시민들에게 감동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흔히들 18번을 레퍼토리라고 한다. 공연장도 레퍼토리가 있어야 한다. 시립예술단 작품 뿐 아니라 공연기획 팀에서도 다양한 레퍼토리를 축적하고 있다. 이런 작품을 들고 시내 일원에 찾아가는 공연과 8개 구·군의 공연장 순회연주. 그리고 전시 작품 대여 등 시민 생활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을에는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문화예술회관과 시내일원에서 열린다. 모두 시민을 위한 일들이다.

지금 시대는 코로나 블루에서 레드(분노의 단계) 나아가 코로나 블랙(좌절, 절망, 암담의 단계)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모두들 걱정이다. 문화예술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금봉산 자락에 펼쳐진 천혜의 조건 속에 시민들께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채워 넣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시민들께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하셔서 공연과 미술작품 감상 그리고 금봉숲길과 두류여울길을 산책하시면 된다. 아마도 한 주를 이길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