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은 학교는 앞으로도 없다
예전 같은 학교는 앞으로도 없다
  • 승인 2021.05.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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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대구의 세대별 교사 특성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대구미래교육연구원에서 90년생 교사 840명, 70년생 교사 1,585명에 대한 설문 응답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MZ세대와 X세대 간의 비교인 셈이다. 현재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80년생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왜 대상에서 제외하였는지 의아하지만, 교육기관에서 교사에 대한 세대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 연구가 대구 지역 교사에 한정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언론지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도되었다는 점은 이와 같은 세대 연구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연구원에서 풀어나간 이야기 중에 몇 가지 재미있는 결과가 있었다.

먼저 교사소진에 대한 내용이다. ‘교사소진’은 학교 조직이나 개인의 특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갈 상태를 뜻한다. 비단 학교현장 뿐만 아니라 어떠한 업무의 형태에서라도 소진은 필연적이다. 교사에게 나타나는 소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방안에 대한 설문 결과, 90년대생 교사들은 ‘업무 분장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가장 주효한 방법으로 꼽았다.

사실 공정성과 몰입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되어 왔으며, 이 두 변수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나 있다. ‘조직공정성’은 조직에서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보상이나 제도, 의사결정에 대하여 인식하는 정도를 뜻한다. 조직공정성은 조직 내의 보상에 대한 분배, 그 결정에 이르는 절차, 조직 내에서 소통과 상호작용의 공정성 등으로 이야기된다.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구성원들이 공정성을 긍정적으로 지각할 때, 직무에 더욱 만족하고 자신의 업무에 대하여 몰입하는 행동, 자발적이면서 희생적인 태도나 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공평한 기회, 명확한 업무 지시와 피드백, 수평적 문화 등을 원한다.

MZ세대 교사는 상명하복과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권위주의적 관리자, 조직정치와 같은 시대착오의 문화, 소통의 부재,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 등 조직의 불공정성에 대단히 민감한 세대이다. 불합리한 학교조직문화에서 젊은 교사들은 학생지도를 업무의 하나로 취급하거나, 학교 의견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이고, 본분에 충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질적 연구 결과도 있다. 교육연수원의 설문 결과는 MZ세대 교사의 소진 현상에 불공정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와도 일치한다.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90년생 교사들이 ‘워라밸’을 교직생활에서 가장 중시하는 키워드로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일과 여가가 조화된 개인의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이번 조사의 선택지에는 없었겠지만 최근 다른 조사에서는 MZ세대의 삶이 ‘워라밸’을 넘어 ‘워라블(Work-Life Blending)’로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일과 삶이 조화(Balance)를 넘어 융합(Blending)되는 것을 추구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덕업일치’라는 신조어는 이들의 워라블 추구 현상을 반증한다. 심취하는 취미생활 정도를 뜻하는 ‘덕질’과 ‘직장 일(業’)과의 일치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휴업 사태에서 대구의 젊은 교사들은 학교나 교육청에서 시켜서가 아닌, 자발성을 발휘하여 ‘학교가자.com’을 개발하여 아이들의 학습을 도왔다. 워라블을 지향하는 MZ세대가 보여주는 남다른 몰입이다.

몇몇 관리자들은 젊은 교사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학교가 예전 같지 않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교사들은 이미 학교조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을 돌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는 한, ‘예전 같은 학교’는 앞으로도 없다. 사실 세대의 특성 변화는 역사 속에서 끊임이 없었다. X세대도 그 당시에는 놀랍도록 새로운 세대였고, 베이비부머 세대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빨라질 수 있으며, 학교조직은 더욱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세대가 지향하는 워라블의 성취를 교육적 효과로 이끌어내는 ‘시대 반영의 교육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교육행정기관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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