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혼란과 우려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과 우려
  • 승인 2021.05.30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 교수·경영학 박사
세상이 온통‘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광풍으로 요동치고 있다. 미디어는 가상자산에 관한 뉴스로 연일 도배되고 인터넷과 SNS에서도 각종‘카더라’소문들이 난무하는 카오스 상태로 시장이 온통 투기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최초의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으로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의‘Bitcoin’논문에서 언급된 이후 2009년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였으며, 2011년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란 의미의 알트코인이 탄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다가 2015년 9월 공식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였다.

가상자산은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자산 등의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다가 점차 가상자산으로 불리고 있으며 한국도 지난 3월 개정된 특금법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용어를 정의하였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암호화되어 일정한 네트워크상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 등 공인기관의 관여와 보증 없이 개발자가 직접 발행하고 규모도 조절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알터코인을 총칭한다. 현재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은 1만 종류에 달하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7개 코인의 시가총액이 한때 2조 2천억 달러에 달하였다.

한국 역시 2030 세대와 개인이 시장을 주도하며 투자자가 이미 500만명을 넘어서는 세계 3위의 시장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만 최대 200개로 추산되며 국내 대형 4개 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이 25조원을 넘는 등 이미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규모를 능가한다.

특히 지난 5월 5일에는 도지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에 개미들의 뛰어들면서 거래대금이 무려 46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50%는 2021년 1분기에 시장에 진입한 신규투자자이며 전체시장 거래량의 94%는‘잡코인‘이라 불리는 중소규모 알트코인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커진다. 더구나 거래 코인 중 3분의 1은 한국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김치코인’이며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 종류만 약 180종에 이른다. 이는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60종이 거래되며,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에서 5종만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하고 위험한 시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가상자산은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지만 장미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으로 정부가 인정할 수 없으며 하반기 코인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발언이 ‘은성수의 난’으로 점화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시장은 물론 정치권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2030 세대의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부와 정치권이 가상화폐 과열과 신산업의 가치 투자라는 반론 사이에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중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상자산들이 5월 중순 테슬라 자동차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강도 높은 가상자산 규제 발표는 시장에서 투매로 이어져 글로벌 시가총액이 2주일 동안 1100조 원 넘게 증발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패닉에 빠져들었다.

24시간 거래되는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은 사소한 루머나 유력인사의 트위터 한마디에도 시장이 요동치고 수십%가 등락한다. 이쯤 되면 투자가 아니라 혼돈과 불법이 난무하는 도박판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단속할 법규는 물론 최소한의 통제 기능도 없이 우려의 목소리만 반복해온 정부의 행태는 무책임의 표본으로 지난 2017년 발생한 대혼란을 경험하고도 대책 없이 사실상 시장을 방치하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가상자산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은 고사하고 담당할 부처조차 정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비판 여론에 떠밀려‘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주무부서를 금융위원회로 정했다.

투자든 투기가 됐던 거래 손실의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가상자산 폭락의 최대 피해자는 2030세대를 비롯한 개미 투자자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내집 마련의 희망을 잃고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인생 역전을 꿈꾸며 위험한 시장에 뛰어든 이들을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들이 여유자금이 아니라 빚투나 영끌로 투자한 경우라면 가상화폐 시장의 부작용은 향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루빨리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공정하게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법규를 제정할 책임이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