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정성으로 남을 대하라<推誠置腹>
지극정성으로 남을 대하라<推誠置腹>
  • 승인 2021.06.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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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전 중리초교 교장
지난주는 ‘인문학으로 만나는 인성교육’이라는 주제로 학부모역량개발연수를 줌(zoom) 동영상 강의로 실시하였다. 대구교대부초에서 동영상 강의 신청을 받았을 때 그저 건성으로 하겠다고 대답을 한 것이 걱정의 빌미가 되었다. 그런데 구지초에서 전화가 왔을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처음 해보는 줌(zoom) 강의인지라 열심히 인터넷을 찾고, 경주와 대전에 살고 있는 아들들과 며느리들에게 전화를 해 가면서 설치법과 사용법을 익히며 배웠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익혀갈수록 마음에 자신감이 생겼다. 명심보감에 ‘자신자(自信者) 인역신지(人亦信之)’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믿는다.’는 뜻이다.

주제의 교육내용은 인성(人性)이다. 인성은 사람의 성품이다. 이 성품(性)을 중용에서는 하늘이 명부했다고 한다. 그 성품에 따르는 것이 도리(道)라 했고, 도리를 닦아가는 것이 가르침(敎)이라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성격을 가면(假面)이라 했다. 가면은 거짓으로 꾸며진 모습이다. 그래서 성격은 야누스적이다. 두 얼굴을 가진 신을 일컬었듯 성격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인성교육으로 조선에서는 선비교육을 하였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말을 조리 있게 하고, 글은 바르게 써야 하고, 판단은 정확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기사교육과 신사교육을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건국이념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알아야 진정으로 사랑한다. 아는 것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박이정(博而精)해야 한다. 많이 읽되 정밀하게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몇 년 전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 선정한 인문도서에는 이순신의 난중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 안네의 일기가 있었다. 모두 자신의 일상생활의 모습들과 내면의 일기이다.

조선의 정조는 세손 때 존현각일기를 썼다. 즉위 후에는 규장각 신하들에게 ‘일득록(日得錄)’을 쓰도록 명했다. 정조는 서문에서 ‘일득록은 날마다 반성한다는 뜻이다. 규장각 신하는 다만 사실대로 기록하여 나를 경계시켜야 할 것이다. 절대 사실과 다르게 과대 포장하여 내 마음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 일득록에 ‘추성치복(推誠置腹)’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조는 ‘내가 사람을 대할 때, 지극정성으로 남을 대한다면(推誠置腹) 그 사람도 나를 성심으로 대할 것이다. 나는 정성을 다하지 못하면서, 남이 나를 성심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질책한다면 이는 서(恕)자 공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내가 평생토록 추구한 것은 이 한 글자에 있다.’고 하였다.

공자가 제자들 앞에서 “나는 ‘일이관지(一以貫之)’했다. 나는 오직 한 가지로 꿰뚫었을 뿐이다.”고 했다. 제자 증삼이 공자의 그 ‘일이관지(一以貫之)’을 ‘충서(忠恕)’라 풀이했다. ‘충(忠)이란 자기 자신에겐 최선을 다하고, 서(恕)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지극정성으로 남을 대하는 것.’이다. 일이관지의 준말이 일관(一貫)이다. 공자는 초지일관 학문에 평생 전념한 성인이다.

정조는 왕으로써 평생 추구한 것이 바로 이 서자공부(恕字工夫)였다. 백성들에게 ‘추심치복(推心置腹)’했다는 말이 정조 실록에도 나온다. ‘비록 망령된 생각을 가지고 옳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어찌 지극정성으로 남을 대하는(推心置腹) 방법을 소홀히 하겠는가?’의 기록이다. 정조의 애민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공자가 안회에게 ‘예의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고 일렀다. 안회는 허리띠에 적어 평생 지켰다. 가훈(좌우명)이 있고, 기록(일기)을 하고, 책을 넓고 정밀하게 읽고, 공부는 반복(반추)하는 것이 인성교육엔 좋다. 이렇게 부모가 지극정성으로 자식을 대한다면 삶은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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