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과 성인지감수성
양성평등과 성인지감수성
  • 승인 2021.06.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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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성인지감수성을 이유로 성폭력 사건의 무죄선고률이 매우 낮아지면서 이에 대하여 대구 변호사들 사이에서 ‘시대의 정당한 흐름이다’, ‘아니다 페미니즘으로 인하여 법원이 오염된 결과다’라는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성인지감수성, 얼핏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느 변호사 말씀에 의하면 1995년 4차 유엔 여성대회에서 gender sensitivity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그 의미는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의미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설명을 들어도 어렵다. gender sensitivity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성민감성’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번역해 놓으면 한국어는 성교(sex)와 성별(gender)을 모두 ‘성’이라고 표현하니 ‘성민감성’ = ‘sexual sensitivity’로 성적 용어로 오해할 수 있어 원문에 없는 ‘인지’라는 단어를 추가하여 이상하게 번역된 것이다.

하여튼 성인지감수성이라는 용어 등장 후 그와 무관한 듯하면서도 성폭행 사건 판결은 ① 여자의 입장에서 진술을 이해하여야 한다. ② 여자가 허무맹랑한 거짓말 할 이유가 없다, ③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폭행 피해 후 ‘피해자 다움’의 행동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논리에서 웬만하면 여자 말을 믿어 유죄를 선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현직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성폭력사건 유죄 전문기관으로 변질되었다는 취지로 글까지 올렸다.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은 페미니즘이 아닌 ‘정조의 자유’에 대한 시대 흐름의 변화 때문에 이러한 판결 경향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다만 ‘원하지 않는 성관계 = 강간’으로 처벌하는 것이 현행법에 대한 해석으로 적합한지는 이와 또 다른 어려운 법률문제이다.

과거에는 [‘정조의 자유’ = ‘생명에 준하는 고결한 자유로 누구도 침해받을 수 없는 소중한 자유’ = 정조의 자유 침해에 대하여 여자는 목숨을 걸 정도로 엄청나게 저항 = 강간행위의 폭행의 정도는 위 저항을 무력화 시킬 정도의 ‘항거불능의 물리력 또는 그에 준하는 협박’ = 생명에 준하는 고결한 자유 침탈의 충격으로 그 충격을 숨길 수 없어 ‘피해자 다움’의 징표가 표시됨] 이라는 공식으로 사건을 판단하고 재판이 진행된 듯하다.

그런데 1990대 중반경 강간죄의 피해자가 ‘여자’에서 남자를 포함한 개념인 ‘사람’으로 법이 개정되었고, 한편 성개방 풍조가 만연하여 ‘정조 = 고결하게 지키지 않아도 됨’이라고 인식이 변화되어 ‘정조의 자유 ≠ 생명에 준하는 자유’로 파악되어 [‘정조의 자유’ = ‘간단한 물리력 또는 협박에도 포기할 수 있는 자유 = 피해자는 정조 자유 침해에 대하여 극렬하게 저항하지 않음 = 따라서 강간행위의 폭행의 정도는 ‘단순한 폭행 또는 그에 준하는 협박’ = ‘그 폭행 협박이 중하지 않고 과거보다 더 낮은 법익의 침해이므로 그 침해 발생 직후에도 언제든지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고 일상 회복이 가능하여 외면적으로 피해자 다움이 잘 표시되지 않음] 이라는 구조로 도식화 되어 재판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강간죄의 피해자에 ‘남자’가 포함되었으므로 남자가 생각하는 남자의 정조의 자유는 매우 낮은 단계의 자유이고 너무나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자유가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강간에 있어 [남자의 정조의 자유 침해 =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법익의 침해 = 매우 낮은 단계의 폭행 협박으로도 포기할 수 있음 = 사건 후에도 아무런 피해자 징후가 없을 수 있음 = 강간죄의 객체인 남녀의 정조의 자유를 다르게 평가할 수 없음 = 여자의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대부분 강간죄 성립됨]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형법에 비슷한 범죄라도 폭행의 정도 및 행위 태양을 고려하여 절도죄와 강도죄, 공갈죄와 강도죄가 명확히 구별되어 있는데 성폭행에 관하여는 강간죄만 있고 더 낮은 단계에 해당하는 죄명은 없다. 성폭행죄가 쉽게 인정되는 현 시대에서는 성폭행의 정도를 세분화하여 낮은 폭행,협박에 대응한 낮은 형량이 허용되는 성폭행 범죄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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