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대책 마련 뒷전”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대책 마련 뒷전”
  • 정은빈
  • 승인 2021.06.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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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피해규모 발표 회견
“피해 4만5천명 중 신고자 0.7%
정부, 문제해결 노력 안 보이고
피해 규모 파악도 제대로 못해
중증 피해자 여전히 고통 받아
합당한 배·보상 빨리 이뤄져야”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규모발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대구지역 피해규모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가습기살균제 사건 공론화 10주기(8·31)를 앞두고 피해자 단체가 정부와 관련 기업에 다시 책임을 묻고 나섰다. 문제 해결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데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기업 일부는 최근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대구환경운동연합은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구지역 피해규모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이날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보고서’(지난 3월 기준)에 따르면 대구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42만3천344명, 건강상 피해를 입은 사람(건강피해자)은 4만5천94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342명으로, 전체 건강피해자의 0.75%에 불과하다. 정부가 피해구제 대상자로 인정한 사람(189명)은 피해 신고자의 55.26%, 건강피해자의 0.41%다. 사망자는 69명으로, 이 중 31명은 인정받지 못했거나 판정 전이지만 이미 숨졌다.

경북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46만1천946명 중 건강피해자는 4만9천206명으로 추정된다. 피해 신고자는 278명, 피해구제 인정자는 146명으로 각각 건강피해자의 0.56%, 0.29%다. 사망자는 78명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단체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미 끝났다”고 발언한 데 반발하고 있다. 보건 단체가 조사한 피해 규모와 정부가 확인한 피해 인원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0년이면 무슨 문제든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하기에 충분한 시간인데도 정부는 피해자가 몇 명인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제조·판매기업들이 피해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고(故) 박영숙 씨의 남편 김태종 씨는 “많은 피해자가 중증 질환으로 외출도 못하며 살고 있다. 긴 투병 생활에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참사의 이면이다. 이런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합당한 배·보상을 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은 하루가 급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월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유통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치상)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이마트 관계자 13명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책임 소재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당시 재판부는 “CMIT(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천식 발생 내지 악화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양원호 한국환경보건학회장(대구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CMIT·MIT 관련 법원 판결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라면서 “학계에서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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