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쟁연주자 임종화 첫 독주회…11일 대구문예회관
아쟁연주자 임종화 첫 독주회…11일 대구문예회관
  • 황인옥
  • 승인 2021.06.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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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거장 김일구 스승과
‘김일구류 아쟁산조 전바탕’ 연주
판소리 요소·국악기 특징 담아
기술 요하는 다양한 가락 구성
“옛 것 새롭게 구축하기 앞서
스승 스타일 완벽 재현 목표
김일구류 아쟁산조 명맥 이을 것”
아쟁연주자-임종화
아쟁 연주자 임종화.

국악계의 거장인 김일구 명창이 반주자로 나서는 화제성 짙은 공연이 대구에서 펼쳐진다. 11일 오후 7시 30분에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리는 임종화(29) 아쟁 독주회 무대다.  임종화는 김 명창에게 사사한 직계 제자다. 팔순이 넘은 국악계의 거목이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까마득한 제자의 발표회에 흔쾌히 반주를 맡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이번 공연이 화제가 되는 이유다.

임종화가 김일구 명창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것은 2018년이다. 그는 늦은 나이인 24살에 아쟁을 시작하고, 여러 스승을 거쳐 아쟁 입문 3년 만에 김 명창의 제자가 됐다. 그의 제자가 된 지 4년차에 임종화는 스승의 제안으로 발표회를 갖게 됐다. “발표회 무대는 스승님이 제자에게 ‘이만하면 홀로 설 수 있다’고 인정했을 때 개최하는 공연”이라며 “프로연주자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첫 공연”임을 언급했다

김일구 명창은 박봉술 명창으로부터 적벽가와 수궁가를 전수받아 판소리 다섯 마당을 완전히 이수했으며, 2020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국악계의 거목이다. 그는 판소리는 물론이고, 아쟁, 가야금 모두에서 일가를 이루었으며, 아쟁부분에서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만든 장본이기도 하다.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아쟁산조 부분에서 박종선류 아쟁 산조와 양대산맥으로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곡이다.

임종화와 김 명창의 인연은 임종화의 적극적인 구애로 맺어질 수 있었다. 그가 직접 김 명창에게 “제자로 받아 달라”는 진심을 전달했고, 김 명창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스승과 제자로 묶이게 됐다.

임종화에게 김 명창은 어떤 스승이었을까? 김 명창은 임종화에게 입버릇처럼 ‘좋은 사람이 되어라’로 가르쳤다. 예술가 이전에 인성이 먼저라는 소신에 의한 가르침이었다. 김 명창의 “좋은 사람”에 대한 가르침은 곧 “좋은 연주자”에 대한 요구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좋은 사람’과 ‘좋은 연주자’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였다. “인성이 좋지 못하면 길게 보면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런 말씀을 늘 들었기에 항상 삼가고 겸손하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첫 독주회이자 발표회를 겸하는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작품은 ‘김일구류 아쟁산조 전바탕’과 ‘흥타령 시나위’다. ‘김일구류 아쟁산조 전바탕’ 무대는 김일구 반주에 임종화 독주로 진행되고, 흥타령과 시나위가 연이어 연주되는 ‘흥타령 시나위’ 무대는 대금 김영산, 거문고 박진희, 소리 박범수, 장구 곽아영 등 국악을 하며 만난 또래 연주자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로 펼쳐진다.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현존하는 아쟁산조 중에서 곡의 짜임새가 독특하고 멋스러운 곡으로 손꼽히는 곡이다. 다양한 본청의 변화와 가락의 길 바뀜이 독특하며 남도음악, 특히 판소리의 음악적 특성을 알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작품이다. 판소리의 대가 김일구 명창의 음악적 특성이 고도로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판소리적 요소와 다른 국악기의 특징들을 아쟁산조 안에 담아 변화무쌍한 음색이 조화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선율과, 동편제의 꿋꿋함과 섬세함을 두로 표현한 가락들로 짜여진 특성을 가졌다. 또한 각 장단별로 다양한 조(key)변화를 통하여 긴장과 이완, 맺고 풀음, 박의 경계를 넘나드는 엇박을 잘 표현한 잉여걸이의 가락이 일품이다.

임종화는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김일구 스타일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을 이번 공연의 목표로 삼고 있다.  김일구 주법이나 김일구 특유의 연주 스타일을 똑 같이 표현하는 것. “김일구 선생님의 가락은 흉내낼 수 있지만 그의 직계 제자가 아니면 특유의 맛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의 연주 주법과 농현 방식, 끊고 맺음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다.”

임종화가 이토록 스승인 김일구 스타일을 고수하려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옛 것을 본 받아 새로운 것으로 창조하기 이전에, 옛 것을 제대로 전수 받는 것이 먼저라는 철학 때문”이다. 그는 국악적인 인프라가 약한 영남지역에서 김일구의 직계제자로 그의 음악을 제대로 전수하는 전수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뭉쳐있다.

이번 발표회는 김 명창의 제안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김 명창이 "발표회를 열어보면 어떻겠느냐" 의견을 내면서 “반주까지 맡겠노라”고 선뜻 나서기까지 했다. 큰 스승에게 반주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것 조차 결례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명창의 반주 제안은 임종화에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김 명창이 젊은 제자의 지원군으로나선 배경에는 영남지역에 대한 그의 큰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임종화는 스승의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불어 자부심도 컸지만 그와 비례해 부담감도 컸다.

그는 “이번 공연에 이 두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일구 선생님이 제자의 무대에 반주를 하는 경우는 정말 흔치않다. 그만큼 기대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 역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그만큼 설레기도 하다. 꼭 좋은 무대로 스승님께 보답하고 싶다.”

임종화는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경북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대구시립국악단 인턴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부 때부터 서울과 전주, 청주, 부산 등 전국의 스승을 찾아다니며 아쟁을 배우고, 각 지역 연주자들과 교류도 넓히며 보폭을 크게 해왔다. “매주 스승님이 계시는 전주에 가서 사사를 받았다. 한 주도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노력을 했다.”

아쟁은 서양악기의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에 비유된다.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으며, 중저음 특유의 한이 서린 소리를 토해낸다. 특히 한(恨)으로 점철된 남도음악에서 소리를 이끌어 가는 핵심 악기로 존중받고 있다. 김일구류 아쟁산조는 힘이있고 남성적인 맛이 강해 임종화 스타일과 잘 맞다.

그는 이번 연주를 계기로 “대구에 김일구류 아쟁산조의 명백을 이어서 나갈 수 있게끔 잘 보전하여 지켜갈 수 있는 아쟁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며 “나중에 가르치는 위치에 서게 되더라도 제대로 배워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처음 스승님을 찾았을 때 내 연주실력은 보잘 것 없었다. 선생님께 사사한 지 4년 정도 되었고, 스승님께서 나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시고 뿌듯해 하시는 것이 보인다. 나의 롤 모델이신 스승님께 더 많은 가르침을 받으며 좋은 연주자로 남고 싶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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