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석방, 대구가 나서자
삼성 이재용 석방, 대구가 나서자
  • 승인 2021.06.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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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삼성 이재용부회장의 석방이 세간의 화두다. 미국의 ‘바이든’대통령이 삼성을 비롯한 세계 19개 반도체 업체를 불러 ‘반도체공급망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의 시선이 반도체에 쏠렸다. 메모리반도체분야 세계 1위인 삼성 이부회장은 이 회의에 초청을 받고도 옥 중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사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난 1월, ‘2년 6월’의 형을 선고받은 이재용을 4개월이 넘도록 영어(囹圄)의 몸으로 둔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사건으로 ‘2년형’을 받고 형집행이 보류되어 도정을 수행하고 있는데 비교하면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많다.

삼성은 우리나라 수출의 25%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게다가 시가총액이 500조(우리나라 1년 예산과 엇비슷)가 넘는다. 삼성이 잘 못 되면 우리 경제도 휘청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생산 12%, 15%인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걸고, 쌈박질인데 우리는 너무 태평이다. 이러다가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우리나라는 경제보다 진영논리가 더 앞서니 걱정이다. 필자는 지난 5월 12일 본란을 통해 “삼성 이재용 석방은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다행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요 5개 경제단체가 발 벗고 나섰다. 5월 16일 손경식 경총회장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면건의를 요청했다. 뒤이어 5월 26일 경총은 주요 5개 경제단체장(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공동명의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건의서’를 직접 청와대에 제출했다.

입만 열면 “삼성이 대구의 연고기업”이라던 대구는 어떤가? 대구상공회의소(회장 이재하)가 뒤늦게 5월 26일에서야 ‘3주간 이재용 부회장 사면 서명운동’을 추진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뒷북을 치더라도 뒷심은 있어야 그나마 체면이 선다. 그런데 광주상공회의소와 합동으로 사면운동을 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동서화합은 달빛동맹으로 철로 개설, 공항문제의 공동대응 등 상호 윈윈(Win Win)할 수 있는 협력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재용 석방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생뚱맞다. 대구는 삼성그룹의 발상지고,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대구 인교동에서 문을 연 ‘삼성상회’가 삼성의 모태다. 게다가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이고, 삼성라이온즈의 연고지가 대구라는 점에서 대구 스스로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구가 진정으로 ‘삼성’을 연고라고 생각했다면 대구상의가 나서서 올 1월부터 이재용 석방운동을 벌였어야 했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맨 먼저 이 운동을 점화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구의 원로인 조해녕, 문희갑, 김범일 전 시장들이 나서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대구시가 삼성의 대구 투자를 위해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행사개최, 삼성상회 터의 삼성 기념공간 복원, 옛 제일모직 앞 도로의 ‘호암로’ 명명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감동을 받을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큰일을 하려면 그 리더가 감동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겉보기식 요란한 행정은 실속이 없어 금방 쪼그라든다. 무엇을 이루려면 지극한 정성은 필수다. 예전의 어머니들은 객지에 간 자식을 위해 새벽이면 정화수를 떠놓고 두 손을 비볐다. 그 덕분에 개천에서 용이 났다. 호화스런 만찬보다 뚝배기 된장 한 그릇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상대의 가슴을 파고드는 정성과 진정한 소통이 감동으로 승화될 때 가능하다. 이런 감동의 물줄기가 대구와 삼성 간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대구시가 연고를 내세워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구는 고 이건희회장이 태어난 곳인 데다 삼성의 혼이 묻어나는 곳이다. 게다가 문화예술의 도시이고, 국내외 접근성이 뛰어나 미술관입지로서는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기증자인 삼성과의 호흡도 중요한 몫이다. 유치요건은 갖추었지만 대구의 새로운 리더십이 관건이다. 권시장과 전직 시장, 상의회장들을 비롯한 지역 명망가들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 필요한 이유다. 솔선하여 삼성 이재용 석방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전 시민이 호응하여 석방운동에 나선다면 문재인대통령의 용단을 앞당길 수 있다.

세상에 그저 오는 것은 없다. 어려울 때 도와야 진정한 친구가 아닌가. 삼성 이재용 석방, 대구시민이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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