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층부터 먼저 철거? 건물 해체계획 안 지켰나

17명 사상자 낸 ‘광주 붕괴 참사’
경찰, 관련업체 압수수색 돌입
사업 추진과정 불법 여부 초점
사고 목격자 등 10명 소환조사

모두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원인 규명에 경찰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과 소방 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10일 오후 철거공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관계 기관은 현장에 남은 붕괴물과 사고 직전의 철거작업 전반을 확인했다. 이와 별도로 국과수는 사상자 17명이 탑승한 시내버스 차체를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견인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경찰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현대산업개발 광주 현장사무소, 철거업체 2곳, 감리회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해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또 재개발사업, 철거 관련 현장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재개발사업, 철거 관련 현장 관계자 9명과 사고 목격자 1명 등 10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철거 관련 인허가 과정과 재개발사업 추진 과정에 불법성이 없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입장문을 배포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집중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피해자·유가족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설명하고 피해자 보호 전담팀도 편성해 치료·심리안정 등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의 철거 업체가 지자체에 허가받은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는 지난달 25일 3~5층에 성토체(盛土體)를 쌓아 중장비로 철거하고, 저층인 1~2층은 성토체를 제거한 뒤 철거한다는 내용으로 해체계획서를 허가받았다. 반면 시민들의 제보 영상과 사진에는 건물 4~5층을 그대로 둔 채 3층 이하 구조물을 굴착기로 부수는 모습들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날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한 뒤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면서 옆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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