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100회
  • 승인 2021.06.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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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홍희는 '시작'하고 싶은 오래된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여름방학이었다. 학교에서 방학기간 동안 시골 아이들이 집에서 할 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자기계발이나 학습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방학프로그램을 열었다. 호기심에 독서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책을 선정하고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끝날 때 쯤에 각자 독후감을 한 편씩 쓰라고 했고, 시상을 한다고 했다.

'톰 소오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었다. 톰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야기였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작은 동네에서 '이쁜이'라는 어른들이 붙여 준 별명으로 불리우며 얌전히 살았던 홍희는 톰과 허클베리 핀이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며, 여기갔다 저기갔다 호기심을 아다니는 모습이 활기차게 느껴졌다. 자신의 성과 다른 아이들이 자신이 해 보지 못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정신은 요동쳤다. 톰에게 편지를 썼고, 상을 받았다. 글을 잘 쓰나보다 '착각'했고, 작가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진주 남강으로 놀러갔다. 논개가 열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왜장을 껴안고 강으로 뛰어들었다는 바위가 있었다. 누런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했기에 시간이 흘러도 논개의 이름을 기억하겠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날부터 이름을 어떻게 해서 남겨야 되나 생각했던 것 같다. 논개처럼은 할 수 없고, 글을 써서 이름을 남기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친구와 강변에 앉아서 사주를 봐주는 할아버지에게 우리의 미래 '예언'을 듣기로 했다.

넓은 강변에 쭈그리고 앉은 할아버지가 '40대에 문필가로 성공한다'고 했다. 혼자서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꿈을 할아버지가 말해주니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가 정말 예언가일까? 사주풀이 전문가일까? 말의 진위를 따지기라도 할 듯 할아버지를 꼼꼼히 살펴 보았다. 평범해 보였다. 평범하지만 그 말이 실현될 '예언'같았다. 믿기로 했다. 이루어질 것이다. 40대에. 그 때까지는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늦은 나이라 아쉽기는 했다. 예언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하면서 나름 책도 열심히 일고 일기처럼 끄적거려 보기도 했다. 백일장에 써 내보기도 했는데 상을 받은 적은 없다. 특별히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40대까지 견뎌야 했다. 20대, 30대, 40대가 되었다. 40~49세까지 '문필가로 성공'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었지만, 결혼 후 엄마 역할이 더 소중했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가끔은 멀어져서 희뿌연 '꿈'이 눈 앞에 나타나 심란했지만, 꿈은 꿈일뿐 이었다. 현실에서 이루어지 않고 꾸는 것이 꿈이었고, 40이 넘어도 이루지 못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이 어리석게 아니 무능하게 느껴졌다. 20대 작가도 넘쳤다. 아직까지 이루지도 버리지도 못한 꿈이 있다고 남들에게 말하기는 더욱 부끄러웠다. 무능하다는 다른 말일 뿐이다. 49세가 되었고, 꿈은 꿈이고, 현실이 되지 못하고, 그 할아버지는 예언가가 아니고, '사기꾼' 사주풀이일 뿐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둘째 아이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행복카페 프로그램'을 엄마랑 같이 가고 싶다고 신청했다. 토요일 학교 행사가 있어서 첫째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 두 아이들과 포항해양캠프에도 참여했고, 교육청에서 참여후기를 적어달라고 했다. 업무 중이라 바빴지만, 좋은 경험을 한 감사의 마음으로 아들, 딸과 함께한 경험을 써서 보내주었다. 참 고맙게도 대구신문에 게재해도 되겠느냐고 연락이 왔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신문에 게재되었다. 49세 여름이었다. 그로부터 벌써 100회가 되었다.

꿈은 현실이 아니라서 꿈이다.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 꿈꾸고 노력해야 한다. 설령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할지라도, 계속 꿈꾸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꿈을 꾸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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