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니까요
친구니까요
  • 여인호
  • 승인 2021.06.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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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뒷자리에 앉은 최현수(가명)의 목공풀이 나오지 않습니다.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고 몇 번이나 목공풀을 병뚜껑 테두리에 대고 정성껏 누릅니다. 그래도 풀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본 같은 모둠의 정수민(가명)이 현수의 풀통을 가지고 가서 툭툭 치고 뚜껑을 다시 닫아서 현수에게 줍니다. 그래도 풀은 나오지를 않습니다. 이번에는 수민이가 자기 책상 위의 풀통을 현수에게 건냅니다. 이 역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수민이는 짝인 우협력(가명)의 책상에 놓인 풀통을 현수에게 줍니다. 풀이 잘 나옵니다. 협력이의 책상에 있던 풀이 수민이의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풀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하던 영호는 아이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페트병 뚜껑이 활짝 웃는 ‘쓰레기 요정’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다정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주로 수민이가 이야기를 하고 현수는 대답을 합니다. 수민이의 마음씀씀이가 참 좋습니다.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으면 금방 해결이 되었을 일입니다. 하지만 현수와 수민이는 서로 협력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런 게 학생주도수업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뒤로는 수업을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업도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2021년 5월 6일 목요일에 교대부초 4학년 프로젝트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다음날 아침에 현수를 만났습니다. 버스승강장에서 교문까지 50여 미터를 함께 걸으면서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현수야, 오늘 차를 태워주신 분이 누구니?” “엄마요?” “집은 어디니?” “상인역 부근이요.”

“차에서 내릴 때 뭐라고 했어?” “학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래, 잘 했구나.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현수가 차에서 내릴 때 이런 말도 했으면 좋겠는데. 하 나는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하나는 어머니 사랑합니다 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현수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몇 걸음을 더 걷고는 프로젝트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물었습니다.

“현수는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니?” “예, 절친은 정수민입니다.”

“수민이가 절친인 이유가 있니?” “수민이는 저를 잘 도와줘요.” “또 친한 친구는 누가 있어?”

“…….”

현수는 올해 3월에 다른 학교에서 전입을 한 아이입니다.

그 다음 주 아침에 수민이를 만났습니다. 현수보다 좀 더 먼 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교문까지 왔습니다. 두 아이의 관계가 궁금해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물었습니다.

“수민아, 지난 주 목요일에 프로젝트 수업을 했었지?”

“예, 쓰레기 요정을 만들었어요.”

“그 때 교장 선생님이 보니까 수민이가 현수를 잘 도와주던데.”

“예, 현수의 목공풀이 잘 나오지 않아서 도와주었어요.”“왜 현수를 도와주었지?”

“친구니까요!”

영호는 친구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정말로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고 도와줄 친구가 얼마나 있는가? 그 반대로 나는 친구가 어려울 때 위로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가? 수업이 힘들고 어려울 때 영호에게 도움을 청할 수업친구는 얼마나 있는가? 나는 또 얼마나 스스럼없이 수업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진정한 친구라고 합니다. 4학년인 최현수와 정수민이 아름다운 우정을 이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친구니까요!”



김영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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