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교육이야기> 먼저 세상에 대한 사랑을 가르쳐라
<생활 속 교육이야기> 먼저 세상에 대한 사랑을 가르쳐라
  • 채영택
  • 승인 2021.06.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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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황무지 땅위에 고독하게 살아가는 양치기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척박하고 고독한 환경과는 달리 그의 집은 돌로 만든 제대로 된 집이며 지붕은 튼튼했고 물이 새는 곳도 없었다. 살림살이 또한 정갈하다. 이 지역에는 너덧 마을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곳에는 숯을 만드는 나무꾼들이 살고 있었다. 어려운 날씨만큼이나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은 걸핏하면 다툼을 일삼았고 자살과 정신병마저 유행하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이웃의 환경에도 아랑곳없이 엘제아르 부피에의 하루는 평온했고 그는 매일 양들을 돌보면서 황무지에 튼실한 도토리를 100개씩 심는 일을 한다. 그의 나이는 쉰다섯, 8년간의 노력으로 폐허의 땅위에 숲이 만들어진다. 원시인에 가까운 삶이었던 마을사람들은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과 샘에 넘치는 물,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로 희망을 되찾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간다.

이 이야기는 장지오노가 지은 도서 ‘나무를 심은 사람’ 내용이다. 장지오노는 오트 프로방스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실제로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양치기를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 속 엘제아르 부피에는 지식인도 아니었고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아무런 보상도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한 것뿐이었다.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에 가면 ‘매미성’과 ‘공곶이’라는 명소가 있다. 이 곳에 가면 다른 곳에 없는 몇 가지 감동을 받게 된다. 우선은 작고 평범한 인간이 만든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운 경관이며 둘째는 한 개인이 스스로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견딘 끈질긴 노력의 시간이고 셋째는 이 노력의 결과물을 대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한 점 등이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17년 동안 홀로 쌓아올린 성벽이다. 바닷가 풍경과 함께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 성벽과 같이 지어진 매미성은 지금은 거제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공곶이는 부부가 50년 이상 가꾸고 있는 농원이다. 황무지였던 땅을 호미와 곡괭이, 삽만으로 5천 평의 꽃밭을 일구었다는데 피와 땀으로 얻은 밭뙈기에 50여 종이 넘는 꽃과 나무를 부지런히 심어 거제 8경이라 불리는 공곶이를 만들었다.

평범함과 위대함의 차이는 무엇일까? 경영학자 톰피터스는 ‘자기 자신을 매일매일 재창조할 수 있는 상상력과 열망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고 한다. 사회의 잣대로 보자면 ‘엘제아르 부피에’, ‘매미성의 백순삼씨’, ‘공곶이의 노부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믿음과 생명과도 같은 희망을 불어 넣었다.

우리는 성공이나 행복을 추상적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창조성을 믿고 상상력과 열망을 일깨워 줘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세상에 대한 사랑을 가르쳐라. ‘위대하다’ 라고 우리가 감동하는 것에는 그 밑바탕에 뭉클한 인류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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