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넘어 ‘제로’로…산업, 자연에 화해 악수 내밀다
‘에코’ 넘어 ‘제로’로…산업, 자연에 화해 악수 내밀다
  • 류지희
  • 승인 2021.06.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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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디자인 기행] 제로디자인
친환경제품 붐, 왜 사그라들었나
제작비 높고 소비자 가격도 높아 외면
국내선 자연소재 20%만 섞어도 ‘친환경’
늘어나는 일화용품 사용 막을 길 없어
100% 친환경 제품, 현실이 되다
해조류 신소재로 비닐·종이컵 생산 지원
길에 버려도 뿌리내리는 ‘씨앗 박힌 젓가락’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 물에 녹는 쇼핑백
기업들 ‘착한 지구 만들기’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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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디자인에서도 지구를 살리기 위한 친환경디자인이 차츰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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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뭇가사리 부산물과 펄프를 혼합한 ‘해조 종이’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제품 계란판.

온갖 미디어에서 환경관련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세미나, 포럼, 전시회, SNS 등에서 ‘친환경 서스테이너블(지속가능한)’을 외친다. 지구가 위기이긴 위기인가 본데 어찌되었든 환경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의 상태이고 매일같이 오염문제에 대한 상황이 보도된다.

환경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 인도의 경우, 2003년 이후 급격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오염문제로 인해 조기사망한 사람이 232만 명이 넘는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하다. 특히 인도의 델리는 세계수도 중 대기오염 1위로 집계되면서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생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면서 안타까운 소식들이 매일같이 들려오는 실정이다.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고 비대면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환경오염이 전세계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물품의 수명주기가 길던 시대가 이제는 끝나고 한해에도 수많은 물건들이 소비되고 또 생산된다. 공장 대량 생산을 통해 우리는 더욱 풍족해졌다. 이로 인해 수명이 줄어든 물품들이 여기 저기 쌓이면서 처치곤란한 쓰레기들이 늘어난 것이다. 우리의 필요를 충분히 채우면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여년 전부터였을 것이다. 당시 친환경디자인 붐(Boom)이 일었고, 필자 역시 수많은 디자인 연구 과정에서 가장 애살있게 다루었던 주제가 환경디자인이였다. 심지어 특허청에서 인증받은 친환경제품패키지를 디자인하여 시제품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생각만큼의 수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오랜기간 연구와 관심이 지속되어 왔지만 여전히 풀어가야 할 부분이 끝임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분명히 기발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시제품화 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생물학적 구현에 적지않은 애로사항이 발생할 때가 있다.

특히 소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는 제작 비용까지 더해져 만만치가 않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그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생산되는 친환경제품들의 수요가 그다지 기대에 못미친다는 점이이다. 그 이유는 동일 제품이라 하더라도 친환경제품의 가격이 좀 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유기농 쌈채소가 기존의 채소들 보다 더 비싸듯이 말이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 좋아도 큰 차이점이나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 소비시장의 현실이니까.

그렇다면 시중에 100% 친환경 제품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알고있는 국내 친환경 인증 제품들은 기존 화학소재에 자연 소재를 20% 정도 섞으면 되고, 차후 분해시에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만 무해한 성분으로 처리될 수 있다. 즉,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처리하는 것도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사용의 보편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100% 자연 분해되는 ‘100% 친환경 포장재’가 개발되었다. 바다에서 흔한 우뭇가사리, 미역, 꼬시래기 등 해조류로 친환경 소재를 만든다. 특정 조건에서만 썩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달리 자연에 버려져도 완전히 썩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대표 제품으로 우뭇가사리 부산물로 만든 계란판이다. 계란판은 해조류 성분 30%, 펄프 70%로 구성된 ‘해조 종이’이다. 공정 과정도 일반 종이 생산에 비해 3분의 1정도 수준으로 간단하며 가격도 시중에 친환경 종이제품 중에서는 거의 가장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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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제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분해 된다. 바닷 속 해조류가 최근 친환경제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해조류에서 뽑아낸 신소재는 비닐과 종이컵 생산에도 쓰인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에 친환경 종이컵은 일반 종이컵보다 더 비싼 탓에 데일리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손이 잘 가지 않는게 실상이다. 기존 종이컵은 내부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돼 있어 50년 넘게 썩지 않고, 재활용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소재는 물론 인쇄된 잉크까지 모두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신소재 종이컵은 불에 태워도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부 코팅 물질을 게 껍데기에서 뽑아낸 키토산으로 대체하여 3개월 이내에 완전 분해되도록 디자인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연구하던 일상에서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진짜 친환경제품이다. 해조류의 가능성을 발견한 마린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제품 개발 연구에 깊숙이 돌입할 예정이다. 일회용품 위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어 조만간 해조류로 만든 일회용 접시, 도시락 용기, 컵라면 컵 등이 보편화 출시된다.

세계적인 흐름이 친환경으로 가고 있고 이제 지구의 미래는 자연과 산업의 화해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혁신기업인 애플과 삼성은 보다 기능적이고 편리한 삶을 위한 ‘미니멀리즘’을 강조했고, 미국의 철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행복의 비결로 ‘미니멀 라이프’를 외쳤다. 그렇다면 현 지구상에 건강하고 쾌적하게 존속하고자 하는 우리들은 어떠한 가치를 외쳐야 할까? 바로 ‘제로 디자인’이여야 할 것이다.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재사용이 쉽도록 디자인설계한 것이 에코디자인이라면, 이제 이를 한 단계 더 뛰어 넘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디자인이 보편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례로, 씨앗이 박힌 나무젓가락 디자인이 그것이다. 피크닉 장소에서 부문별하게 버려지는 나무젓가락과 같은 일회용품에 꽃이나 나무 씨앗을 삽입하여 외부에 버려졌을 때 3~12개월이면 100%자연 분해가 된 후 그 땅에 새로운 생명까지 자라나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옥수수 전분과 퇴비로 만든 물에 녹는 쇼핑백, 자연분해 대나무 칫솔도 있다. 의류, 식품, 소모품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되고 있는 착한 소재디자인이 착한 지구를 만들어가기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우리 후손에게 유해함을 단 0.1%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사용하고 갈 수 있는 똑똑한 제로 조상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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