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프다
나는 슬프다
  • 승인 2021.06.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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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진실입니다'라고 말할 때
내 몸은 산대나무 숲처럼 가늘게 흔들린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넓은 바다 푸른 물너울에 잠기는 듯,
나는 진저리를 친다.
숨어 있는 거짓은 죽어 버려라,
껍데기와 덤불과,
음흉한 그림자는 꺼져 버려라.

'참, 아름다워요'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맑은 푸르름에 가슴이 탄다.
세상의 눈물이란 눈물,
세상의 순전한 것이란 모두
우, 우, 우 손을 잡고 일어서는 소리
일어서서 나를 무동 태우고
그래요, 맞아요, 갈채하는 소리.

그것이 살아서 마지막 말인 듯이 하리,
혼자라도 헤프게 맹세하지 않으리,
꽃비 속에 넋이 나가 길을 잃을지라도
헤매지 않으리, 명경같이 걸어가리.

'슬퍼요'라고 말할 때
나는 추운 듯, 배 고픈 듯,
외로운 듯
혼을 실처럼 뽑아서 사르는 것같이
조금씩 어지럽다.
나는 정말 슬프다.

◇이향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후,『별들은 강으로 갔다』등 시집 23권.『불씨』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등 8권의 문학이론서를 펴냄.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함.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의미 깊은 시다. 진실, 아름다워요, 슬픔의 시어들이 기막히게 잘 함축된 고운 시다. 시는 시인의 개성에 많이 좌우된다. 시인의 독특한 작법에서 자기만의 빛깔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에 그 나름의 시의 맛깔이 있고, 독자 또한 공감하는 것이다. 시인들이 부단히 언어를 조탁하는 것은 자기 개성 찾기의 다름 아니다. 독자의 무르팍을 탁 치게 하는 고운 시(詩)다. -제왕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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