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검은 그림자, X파일
정치의 검은 그림자, X파일
  • 승인 2021.06.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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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박사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나치 독일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가 한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이나 정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권모술수가 판을 친다. 마키아벨리즘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권모술수는 목적 달성을 위해 정치적인 책동이나 술책, 임기응변적인 책략을 말한다. 따라서 권모술수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결과의 정당성에 의해서 수단이 갖는 반도덕성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가진 일종의 전술개념이며, 춘추전국시대에 합종연횡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괴벨스가 악담했던 대표적인 사건이 남이 장군과 정암 조광조 사건이 아닐까 한다. 17세의 나이에 무과에 급제한 남이는 태종의 외증손이고 당대 권력자 중에 한 사람인 권남의 사위라는 점이 조기 출세의 발판이 됐다. 그는 1467년에 이시애가 반란을 일으키자 구성군 준(浚)을 도와 큰 공을 세웠으며, 이어 서북변의 건주위 여진의 토벌에 참여하여 이만주를 죽여 2등군공을 받았다. 그뒤 공조판서에 임명되었으며, 27세의 나이로 병조판서가 되었다. 야사에 의하면 예종 즉위 후 유자광은 남이 장군이 쓴 <북정가>의 싯구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의 평평할 평(平) 자를 얻을 득(得) 자로 고쳐 남이 장군이 나라를 찬탈하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으며, 결국 그는 역적으로 몰려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또 한 사람이 조광조이다. 그는 17세 때 무오사화로 유배 중인 한훤당 김굉필에게 학문을 배웠으며 왕의 신임을 바탕으로 입시(入侍)할 때마다 왕에게 도학정치를 역설했다. 당시는 연산군이 정치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직후로 정치적 분위기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 시대 정신이었다. 중종은 조광조의 정치사상을 바탕으로 이상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조광조 등 신진사대부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남곤과 심정은 홍경주와 모의하여, 대궐 후원의 나뭇잎에 과일즙으로 '주초위왕'(走肖爲王: 조씨가 곧 왕이 된다는 뜻)이라는 글자를 써 벌레가 갉아먹게 한 다음, 궁녀로 하여금 이것을 왕에게 바쳐서 의심을 조장시켰으며, 결국 조광조는 훈구파의 탄핵으로 죽임을 당했다.

오늘날에도 선거 때 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X(엑스)파일이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검증 파일을 차곡 차곡 쌓아놓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X파일의 존재를 암시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X파일의 존재를 밝힌 인물은 김무성 전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었다. 그는 윤석열 전 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정리된 윤석열 X파일을 입수했다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 했다. 반면 윤 전 총창 측 이상록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X파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무대응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2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 X파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 당 인사라면 제보를 받아서 윤리위원회나 당무감사위로 이첩할 가능성이 있지만 윤 전 총장은 당내 인사도 아니라서 문건을 접수할 곳도 없고 저희가 그것을 다룰 이유나 방법도 없다"고 밝히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X파일을 놓고 당 차원의 대응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조선시대 남이 장군과 조광조 사건은 구성군 준을 질투한 남이 장군의 성정과 백성의 실생활 보다 이상적인 정치만 강조한 조광조의 옹고집도 그들의 죽음에 한몫했을 것이다. 윤석열 X파일 건도 정적들의 권모술수라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윤석열이라는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이며, 그 궁금증은 오히려 소문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비록 의혹이 거짓이라 해도 윤석열 본인에 대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을 직접 해명하지 않으면 그 의문은 계속 꼬리를 물것이므로 직접 국민과 소통을 하면서 해명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로 30대 이준석이 선출된 것에 자극이 되어 청와대도 청년비서관을 25세의 박성민 씨를 선택할 만큼 정치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작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X파일은 청산되어야 할 구태라는 생각이 든다. 대권에 뜻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당에 들어가 각자 비전과 정책에 대한 토론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검증 절차를 밟는 것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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