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건강한 밥상
[문화칼럼] 건강한 밥상
  • 승인 2021.06.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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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한 끼 식사가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한 책이 있다. 운동·약 보다 건강한 밥상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유방암 전문 클리닉 '임재양 외과' 원장께서 쓴 '제4의 식탁'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명쾌하다. 음식은 건강과 직결된다. 음식으로 건강을 찾는데 의사가 무언가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래서 환자를 치료하는 가운데 느낀, 의사로서 식탁의 중요성을 얘기하고자 함이 임재양의 '제4의 식탁'이다.

저자가 오랜 시간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환경호르몬의 역습(?)으로 이상한 병이 생기고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인간은 최종 소비자다. 고기·생선 등의 지방에 붙어있는 환경호르몬은 마지막에 인간의 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사람의 지방에 축적되고 이것은 반감기가 길어 평생에 걸쳐 조금씩 몸속에 환경호르몬을 내보내 병을 일으킨다. 환경호르몬은 가축, 생선, 유제품의 지방에 축적되어 있다. 유기농 음식을 먹으면 어느 정도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환경호르몬이 붙어있는 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일, 채식 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 우리몸속에 이미 축적되어 있는 환경호르몬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 역시 채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쓸개의 담즙이 분비된다. 이때 환경호르몬도 같이 분비된다. 지방을 소화시키기 위해 나온 담즙 속 콜레스테롤의 80%는 작은창자 끝에서 다시 간으로 재흡수 된다. 이때 환경호르몬도 콜레스테롤에 붙어서 같이 간으로 재흡수 된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같이 장에 들어간 경우, 이를테면 저녁식사 후 아침까지 공복을 유지한 상태에서 아침식사로 건강한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간 채소에 들기름이나 올리브기름을 듬뿍 넣어 먹으면, 콜레스테롤만 우리 몸으로 재흡수 되고 환경호르몬은 식이섬유에 흡착되어 변으로 나온다. 즉 환경호르몬 배출에도 식이섬유, 바로 채식이 답이다. 라고 말한다. 대단히 간단하게 환경호르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임재양 박사는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진료와 관계된 임상실험도 다수 시행하기도 했거니와 환경호르몬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생선,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비건(완전채식)을 택하고 실천했다. 5년에 걸쳐 완전한 현미채식을 하는 동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우선 체중이 25kg정도 빠졌고 왕성한 배변활동 등 생리적으로도 활력이 생겼으며 일하는 동안 피로도도 훨씬 덜했다 한다. 이런 긍정적 변화에 힘입어, 질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크게 힘들지 않게 입맛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병원 뒤편에 '한입 별당'이란 일종의 공유(?) 부엌을 지었다. 한입 먹는 음식이 중요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하자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이곳에서 직접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도 한다.

'제4의 식탁'과 결이 비슷한 책이 있다. 일본의 당뇨병 전문의 '마키다 젠지'가 쓴 '의사가 가르쳐주는 최강의 식사 교과서-식사가 잘못 됐습니다.' 이 책 역시 사람사이에 건강 격차를 초래하는 것은 어김없이 '매일 먹는 식사'다 라는 전제에서 설명한다. 질병이나 비만, 몸의 이상 증상의 90% 이상은 혈당치 문제다. 이것이 지나치게 높거나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면 우리 몸은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매일의 식생활에서 되도록 혈당치의 변동 폭을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양이라도 여러 번 나눠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먹으면 혈당치 상승을 완만하게 억제할 수 있다. 이것은 음식간만 잘 맞추면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다(나의 경험상). 그리고 식후에 바로 운동을 하면 역시 혈당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이를 통하여 비만도 해결할 수 있다 한다). 실내에서 스쿼트, 스트레칭 같은 간단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고 한다.

임재양은 환경호르몬에 대하여 마키다 젠지는 혈당치에 주목한다. 두 의사의 공통점은 탄수화물을 제한하기만 하면 공복을 참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과 혈당치 양쪽 다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채식이다. 다큐 영화 '더 게임 체인저스'는 채식으로 식단을 바꾼 운동선수들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문제는 질 좋은 먹거리를 구하는 것, 그리고 외식이 잦은 직장인은 이런 패턴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채식 중심의 상차림이 생각 보다는 손이 많이 간다. 한마디로 부지런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극적 맛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을 바꾸기 쉽지 않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한번 쯤 도전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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