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추격 스릴러 ‘발신제한’…폭탄차량에 오른 아버지의 처절한 질주
도심추격 스릴러 ‘발신제한’…폭탄차량에 오른 아버지의 처절한 질주
  • 배수경
  • 승인 2021.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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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통
“차에서 내리면 폭탄 터져” 협박
부산 배경 시원한 카체이싱 짜릿
조우진 열연 식상한 전개 커버
 
영화 ‘발신제한’에서 조우진은 차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밀도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발신제한’에서 조우진은 차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밀도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발신제한’은 그동안 명품조연으로 출연 작품마다 존재감을 입증해 온 배우 조우진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은행 PB센터장인 성규(조우진)는 여느 때와 다를바 없이 출근길에 오른다. 평소와 달라진 거라고는 예정된 미팅시간이 늦춰져 아들딸 남매의 등굣길을 함께 하기로 한 것 정도.

그러나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의문의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은 그에게 낯선 남자는 ‘차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터진다’라는 말을 전한다. 처음에는 장난전화나 보이스피싱으로 여겼으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똑같은 협박 전화를 받던 동료의 차가 눈 앞에서 폭발하는 것을 본 그가 이 모든 것이 실제상황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관객을 몰아넣는다.

차에서 내려서도, 경찰에 신고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아들과 딸까지 함께 위험에 처해진 성규. 다친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현금 9억 6천만원을 포함 총 44억 1천 6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얼른 전달해야만 한다. 딱 떨어지지 않는 묘한 숫자의 금액 역시 뭔가 사연을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와중에 폭발사건의 용의자로 오해를 받고 경찰과 쫓고 쫓기는 카체이싱까지 벌이게 된다.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되어 달맞이길, 장산역, 구남로, 해운대 영화의 거리, 센텀시티 지하차도, 해운대 해수욕장 삼거리, 부산항대교 등 부산 토박이는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낯익은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질주는 실제상황인 듯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왜 성규에게 이런 전화를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이 중반까지 관객과 성규를 몰아부친다.

 

목소리로만 존재를 드러내던 범인(지창욱)이 해운대 모래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영화 '발신제한'에서 지창욱의 면모는 평소 우리가 알던 모습과 많이 달라 낯설면서도 놀랍다. 한껏 고조된 긴장감은 이후 그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오히려 맥이 빠진 모양새가 된다.

전화를 받으며 본인 혹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낯선 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만 하는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흔히 보던 소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신제한’을 볼만한 영화로 만드는 것은 조우진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좁은 차안에서 전화로 상대역과 호흡을 맞추며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오롯이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함을 전달해야 하는 영화에서 그는 꽤 밀도있는 연기를 선보임으로써 뻔한 스토리가 주는 단점을 상쇄시킨다. 그간 그가 쌓아온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는 영화라고 봐도 좋겠다. 김지호, 진경, 김승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존재감을 발휘할 만큼의 분량도 주어지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영화 ‘발신제한’은 지창욱의 등장과 함께 감춰진 사연 하나를 풀어놓는다.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자에 관한 사연이다. 영화배경이 부산인 만큼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오버랩된다. 당시 1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피해를 남겼던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는 구제를 받지 못하고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이나 투자신탁회사, 보험사 등의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도나 손실가능성 등 필수사항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를 하는 불완전 판매로 인해 누군가의 노후자금, 결혼자금, 사업자금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를 통해 당장 눈앞의 실적에 눈이 어두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위험한 상품을 권했던 이들의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리는 듯 하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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