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불신의 사회가 초래할 재앙
CCTV, 불신의 사회가 초래할 재앙
  • 승인 2021.06.27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경대연합외과 원장
최근 수술실 내 CCTV 설치의무화에 대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 법은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예방 또는 의료사고의 증거에 대한 자료로 쓰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수술실 내에 설치하는 CCTV가 그들이 주장하는 식으로 환자의 인권을 위해 흐리게 촬영한다면 의료사고의 증거로 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리고 수술실 입구에 설치하고 생체인식 장비 등을 활용한다면 내부에 설치하지 않아도 대리수술은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성추행의 경우는 극히 드물며 수술실 내부에는 환자가 있을 때 간호사, 마취과 의사, 전공의 등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이 함께 있으므로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낮고 예방교육이나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사소한 CCTV 기능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신뢰의 문제이다. 신뢰가 깨어지면 일반 국민은 모르는 의료의 방어적 위축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고소고발이 아주 많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고소고발이 55배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의료소송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적은 편이었으나 점차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수술실 내 CCTV가 설치되면 의료소송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미국의 경우와 우리나라와의 일례를 보면 신뢰가 없는 사회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살리는 수술과 항문을 없애는 수술이 있다.

항문을 살리는 수술의 경우는 저위전방 절제술이라고도 하는데 직장의 암 부위를 제거하고 상부의 결장과 항문에 가까운 직장이나 항문에 장을 연결하여야 하는 데 이 과정이 어렵고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환자는 정상인처럼 항문으로 배변을 할 수 있다. 항문을 제거하는 수술의 경우는 복회음 절제술이라고 하는데 이는 항문을 제거하고 복벽으로 영구적 인공항문을 만들어 주는 수술로서 환자는 평생 정상적 배변을 할 수 없고 인공항문을 통하여 배변을 해결해야만 한다.

두 수술간의 수술을 받은 환자의 삶의 질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

고소가 많은 미국의 경우 항문을 제거하는 수술의 선택이 약 40% 정도나 된다. 외과 의사들이 소송에 걸리지 않기 위하여 처음부터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정도만 항문을 제거하고 약 90%정도의 수술은 항문을 살리는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향후 지속적으로 소송이 증가되고 불가항력적인 합병증에 대한 고발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외과 의사들의 수술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꼭 이경우가 아니더라도 수술의 선택에 있어 다양한 결정이 있을 수 있는 데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위한 부분보다 수술의 안정성에 우선한 판단이 나온다면 그 만큼 환자에게는 손해인 것이다.

이런 전문적 영역의 판단은 그 분야의 전문의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물론 환자와 의사 그리고 의료진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는 더더욱 심각한 문제이고 이러한 논의는 앞으로 유엔의 인권위원회에서 우리나라가 인권후진국임을 자처하는 법안이 될 것은 자명하다. 또한 세계 의사회 회장이 이야기 하였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만한 법안이라고 한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는 사적 관계이고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정부가 강제로 불신의 싹을 심으려는 이 제도는 결국 의료의 붕괴로 가는 단초가 될 것이다.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받는 외과 의사를 누가 지원하겠으며 그렇지 않아도 망해가고 있는 필수의료에 환자를 위한 사명감으로 평생의 업으로 전공하겠다고 하는 후배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의사협회는 대리수술이나 성추행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없애기 위해 수술실 입구 바이오 인증 도입과 CCTV 설치, 범국민 환자 안전 특별 대책 위원회 구성 ,공청회 제안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통과를 위해 언론을 통하여 의사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악의적 방송을 지속한다면 결국은 그만큼 우리사회의 손해인 것이다. 민주당은 CCTV 의무 설치에 대한 법안 강행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신뢰의 사회로 나아가도록 정부와 정치권 의협 그리고 사회 전체가 체질개선을 해야만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