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자료 10년째 심층 연구
19세기 류의목의 ‘하와일록’
현대인에 많은 시사점 던져
안동시 도산면 소재 한국국학진흥원이 옛 기록에서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한 연구가 10여 년째 진행되고 있다.
29일 한국국학진흥원은 “각 문중에서 기탁한 국학자료 57만여 점 가운데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자료를 대상으로 심층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 10여 년째 지속되는 연구에는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전문 학자들이 참여했다.
또한 연구 성과를 묶은 단행본 중 다수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하와일록(河窩日錄)’ 외에 퇴계 14대 손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선비목사’ 이원영(李源永, 1886~1958) 관련 자료를 연구하고 있다.
‘하와일록’은 19세기를 전후해 안동 하회에 살았던 류의목(柳懿睦, 1785~1833)이 12세부터 18세까지 작성한 일기이다.
류의목은 15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지면서 과거시험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일기에는 돌림병의 유행과 치료, 친족 내의 관혼상제, 족보의 편찬 등 당시 지방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기록으로 남겼다.
또한 문중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했고, 남인의 몰락과 서얼층의 부상을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서세동점의 시기에 한창 들어오고 있던 서학(西學) 즉 기독교의 침투와 이로 인한 사상적 혼란을 목도하고 일기에 썼다.
당시 남인의 영수였던 번암 채제공의 죽음에 대해서는 영남의 운수가 다한 것으로 보고 크게 상심했다.
향내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좌수 자리의 향배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류의목의 세계관이 과연 타당하고 바람직한가의 여부를 떠나서 그의 일기는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하와일록은 조선시대 청소년들은 결코 나약하거나 일방적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자식을 키우는 오늘날 부모들에게도 요긴한 지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안동=지현기기자 jhk@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