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
마타도어
  • 승인 2021.06.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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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자는 선거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크게 부각되어 젊은이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아주 근소한 표차로 낙선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는 김대업이다. 그가 누구의 사주를 받았고 그 일로 또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국민들은 알 수 없었고 선거가 끝난 후 명예훼손 및 무고 등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

마타도어(matador)는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상대편을 중상 모략하거나 조직 내부를 교란시키게 하는 흑색선전이란 의미로 정치권에서 널리 쓰인다. 선거 때가 되면 마타도어가 크게 유행한다. 오늘날 정보는 지식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진다. 정보는 현대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가치라고 하지만 반드시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유튜브 정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비약적인 논리, 믿을 수 없는 정보 주입으로 판단의식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큰 선거가 있을 때 마타도어가 성행하는 것은 유언비어나 각종 찌라시를 체계적 파일로 작성, 다양한 정보채널을 통하여 유포했을 때 정보수신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확률이 많아서다. 마타도어가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은 앞서 김대업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당 내부 또는 당 외부인사의 대선후보자 등장문제로 분주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양당에서 각각 다수의 대선후보들이 난립하여 당의 얼굴로 최종 후보자가 결정될 때까지 복잡한 정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다. 후보자들의 검증과정에서 제 편끼리의 마타도어가 예상되고 당 대 당 선거전에서는 불티나는 흑색 마타도어가 난무할 것이다. 윤석열 X파일로 시끄럽던 정국이 소강상태에 있는 것 같지만 마타도어의 불씨는 다시 크게 살아날 것이다. X파일이란 말을 처음 꺼낸 이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이고 이를 공론화 한 것은 과거 야당 쪽에 있었던 장모라는 인물이다. 송 대표는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고 했고 장 씨는 윤석열 X 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만일 파일을 정부나 공기관이 작성했다면 불법사찰이라고 항변하자 송 대표는 파일이 아니라 검증할 자료라고 둘러대었고 여당 쪽에서 파일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던 장 씨는 파일을 파쇄 했다고 말했다. 법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여야대선 후보자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윤석열 X파일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마타도어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이를 부인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조직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고 말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정당조직에서 상대방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서 마타도어를 생산한다면 여·야 통합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 송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야당후보 누군가가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예비후보자를 견제하기 위해 파일을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내 예비후보자에게 당 외부 예비후보자를 견제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 것을 보면 외부 당보다 당내의 마타도어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윤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를 공식화 했다. 국민의힘과 정치철학이 같다고 하면서 항간에 떠도는 X파일에 자신 있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대선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많은 마타도어가 퍼질 것이다. 입버릇 나쁜 한 여당 국회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정치깡패’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마타도어의 포문이 열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많은 대선 출마자들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는 말로 출마 변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기실현을 위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다. 분명 대선 선거일 문턱까지 많은 마타도어가 성행할 것인데 우리는 거짓정보를 선별할 능력이 거의 없다. 정보를 얻는 근원은 언론이다. 언론은 국민들이 정보판단을 잘 할 수 있게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대선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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