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N잡러’라니요?
[박명호 경영칼럼] ‘N잡러’라니요?
  • 승인 2021.07.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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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100여 년 전,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하여 서구문명에서 발흥할 수 있었는지, 그 연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직업의무’를 설파했다.

“오늘날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러나 사실은 매우 까다로운 ‘직업의무’라는 사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장 특징적인 사회윤리며 어떤 의미에서는 이 사회의 기본적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직업에 대한 의무의식은 직업의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혹은 직업이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건 혹은 자신의 자본을 사용하는 것이건 간에 각자가 가지고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베버는 직업(사업을 포함)과 부(富)에 대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가 자본주의의 정신적, 윤리적 밑거름이 되었고, 그것은 노동에 대한 소명(召命, Beruf, Calling) 의식을 지니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마찬가지로 기업가도 사업에 대해 소명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유한 자라도 노동하지 않고 먹어서는 안 되며 직업은 신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신의 명령으로 보았다. 이렇듯 직업윤리는 자본주의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며칠 전, ‘N잡러’에 관한 기사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N잡러’란 2개 이상의 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그리고 사람을 뜻하는 ‘∼러’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요즘 직장인 절반이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워서 두서너 가지 일을 하는‘N잡러’라고 한다. MZ세대는 ‘N잡’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기고 있고, 무려 다섯 가지 직업을 병행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려면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데, 하물며 여러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 충격적인 뉴스는 ‘해고’를 꿈꾸는 청년에 관한 기사다. 7개월만 일하고 이후에는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여행을 다닐 것이라는 청년의 이야기다. 그는 두 번의 퇴사 후, 또 다시 고용보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세 번째 회사에 취직하였다. 그리고 해고를 당하기 위해 업무를 게을리 하는 등 태업을 일삼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얌체 메뚜기족’청년들이 적잖다는데 있다. 실업급여로 생활하는 이들 때문에 비교적 이직이 쉬운 업종이나 구직난이 심한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N잡러’와 ‘얌체 메뚜기족’들이 많아지면 일터에서의 노동의 질은 당연히 저하되어서 노동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은 2,08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OECD 36개국 중 2위로 길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0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부가가치 생산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결과가 물론 ‘N잡러’와 ‘얌체 메뚜기족’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노동유연성이 낮은 것이 주된 이유다. 따라서 생산성에 따른 보상체계와 탄력적인 근무형태 등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여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급선무는 노동현장의 근로자들과 사업가들이 일하는 자세와 ‘직업의무’를 진솔하게 반성하고 바람직한 직업윤리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돈에 대한 열망은 인류공통이다. 많은 사람들은 부(富)가 ‘꿈꾸는 삶’을 살게 해줄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직업의무’를 지닌 직업인들은 단지 경제적 보상만을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일이란 삶과 윤리의 최고선(summun bonum)에 다가가는 방법이다. 최초의 우주선 발사를 위해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 도착한 케네디 대통령이 항공우주국 직원에게 그가 맡은 일에 대해 물었다. “나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직원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잠시 후 케네디는 그 직원이 수위라는 사실을 알았다.

‘N잡러’들에게 직업은 부의 창출 외에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들은 직업을 통해 어떤 성취감을 얻는 것일까. 직업과 노동이 그 자체로 목적인 곳과 그것들이 단지 생계를 위한 혹은 치부를 위한 수단인 곳에서는 엄청난 차이의 사회경제적 결과를 나타낸다.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은 『시빌라이제이션』에서 직업윤리야 말로 지난 500여 년 동안 서양을 부유하고 발전된 국가로 만든 여섯 가지 핵심요소들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는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이라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 그 가운데 ‘노동 없는 부’와 ‘도덕성 없는 상업’이 있다. 땀과 노력 없이 일시에 큰 재산을 얻으려 하는 졸부근성과, ‘직업의무’ 없이 건성으로 일하는 노동현장과, 사업윤리에 철저하지 못한 기업가들이 상존한다면 우리 경제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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