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수단이 아닌 실천 동기가 되어야 할 챌린지
홍보 수단이 아닌 실천 동기가 되어야 할 챌린지
  • 승인 2021.07.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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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너도나도 챌린지 인증사진으로 SNS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그야말로 챌린지 홍수다. 각종 챌린지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지키자', '저출산을 극복하자',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책을 읽자' 등 각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참여자가 먼저 챌린지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한다. SNS 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챌린지 지목을 더 받게 되는데 솔직히 지목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내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야 하면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챌린지의 참여를 독려한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때문에 '챌린지의 뜻은 공감하나 지목은 정중히 사양한다'며 공식적으로 거절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렇게 공익의 의미를 담은 챌린지는 2014년 시작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원으로 한다.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 환기와 기금 마련을 위해 미국 ALS 협회가 시작했다 참가자는 루게릭 환자들이 겪는 근육 수축 통증을 잠시나마 느껴본다는 의미에서 차가운 얼음물이 담긴 양동이를 24시간 내에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ALS 협회에 기부하고, 도전을 이어갈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에 참여했고 많은 이들이 기부에 동참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공익 챌린지는 2018년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 실천을 끌어냈다. 지난해 유행한 '덕분에 챌린지' 역시 많은 이들이 참여한 공익 챌린지 중 하나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싸우는 의료진에게 수어(手語)로 감사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는 한동안 많은 이들의 SNS를 장식했다.

그렇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온 공익 챌린지들이 어느새 공익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나 기관·단체장들의 얼굴알리기나,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관장이나 자치단체장의 SNS에서 챌린지를 검색하면 수십건이 검색된다. 문제는 이런 챌린지가 단순 홍보라는 점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할 이들이 챌린지에 대한 정책 제안이나 후속 조치는 없이 사진 한 장으로 공익적 의미에 동참하고 있으니 그저 얼굴알리기로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다시 말해 '저출산 극복 릴레이 챌린지'에 동참할 때면 최소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함께해야 하고,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는 뒷자리에 앉는 기관·단체장이 아니라 그들이 타고 다니는 관용차 운전기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공익 챌린지에 대한 피로감은 챌린지와 상반되는 행동을 접하면서 더욱 커졌다. 적극적인 '덕분에 챌린지'로 호감을 샀던 연예인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반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보여주기식 챌린지'로 '진정성 결여'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공익 챌린지를 추진하면서 챌린지 자체에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하나하나 두고 보면 모두 좋은 의도지만 '챌린지'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마케팅 용도로 챌린지를 활용하면서 기계적으로 해시태그만 붙이는 이들도 늘어 sns에서 챌린지를 보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는 이들도 생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챌린지가 SNS에서 진행되고 있다. 챌린지는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사회현상이며 비대면 시대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공익 챌린지가 만들어 지고 확산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하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공익 챌린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챌린지에 참여한다는 것은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진다는 약속이며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단순히 사진 한 장으로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지속해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그러니 공익 챌린지에 참여하는 기관·단체장은 해당 주제에 대한 정책 입안이나 실천방안을 모색해 구체화 시키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고, 실행 과정 또한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역시 인증사진으로 보여주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주제에 대한 공감과 실천이 뒤따르는 약속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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